지난달 상승세로 반전
“원유 감산 호재” 낙관 확산
“대내외 악재 여전” 반론도
수출이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월간 수출액도 지난해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유가 상승 소식까지 전해지며 우리나라 수출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5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석 달 만이다. 455억 달러의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수출 물량으로 봐도 전년 동기 대비 3.5%늘어났다.
수출 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지난 8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1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던 우리 수출도 반등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OPEC의 감산과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신흥국의 수요를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주로 수출하는 석유화학 관련 제품의 가격도 오른다. 산업부 관계자도 “유가 상승은 우리 수출 제품의 단가 상승과 신흥국 시장의 수출 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의 신장세가 받쳐 준다면 본격적인 수출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 수출 실적을 갖고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와 석유ㆍ화학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단가 상승이다. 실제로 지난 8월 1.68달러였던 D램 현물가격(4Gb)은 지난달 2.54 달러로 51%나 급등했다. 수출 물량이 다소 증가한 것도 있지만 제품 단가 상승이 수출액 증가의 더 큰 배경이란 이야기다.
대내외 환경도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신흥국 자금 시장을 경색시킬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도 우리에게 시련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난달 수출 증가는 연말 수요 증가와 달러 강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 수출이 계속 늘어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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