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63% “김영란법 탓 매출↓”
崔게이트에 송년 분위기도 실종
서울 을지로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차모(45)씨는 요즘 퇴근 시간이 1시간이나 앞당겨졌다. 매년 이맘때면 송년 모임 손님들이 늘어 밤 11가 넘어야 퇴근하곤 했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후엔 저녁 모임이 거의 없다. 연말까지 예약도 몇 건에 불과할 정도다. 차씨는 “일식집 특성상 가격대가 높아서 그런지 요즘엔 손님들이 식사만 하고 가거나 술을 마셔도 한 잔 정도만 하고 자리를 떠 밤 9시면 손님들이 거의 다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촛불 시위가 벌어지는 토요일엔 손님이 더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년 연말이면 각종 모임으로 특수를 누렸던 식당과 호텔이 올해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한파까지 겹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혼란한 정국에 연말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송년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3~28일 전국의 외식업체 479곳을 대상으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63.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매출이 줄었다는 답은 고객 1인당 단가가 3만~5만원인 식당이 80%, 5만원이 넘는 업소가 75%로, 3만원 이하(69%) 보다 컸다. 매출 감소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휴·폐업 또는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들도 26.9%나 됐다.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시내 특급호텔도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뷔페는 주말 수요가 많아져 몇 년 전부터 점심 두 차례(11시30분ㆍ2시), 저녁 두 차례(5시30분ㆍ8시)씩 손님을 받아도 예약이 다 찼었는데 최근엔 예약이 10~15% 줄었다”며 “연회장도 12월초면 동창회나 향우회 등 큰 모임이 많아 주말 연회장 예약이 다 찼지만 올해는 아직 빈 날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촛불시위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접근성이 떨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청 인근 B중식당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150석 규모의 테이블이 가득 차지만 저녁엔 단체 손님과 모임이 감소하면서 월 평균 매출이 10% 가량 줄었다. 식당 관계자는 “통상 12월초면 송년 모임 예약이 거의 다 찼는데 올해는 이제 막 문의가 들어오는 수준”이라며 “12월 매출은 감소폭이 20~30%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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