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한화ㆍ교보ㆍ알리안츠생명
“대법원 판결 취지 뒤엎나” 당혹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던 생명보험사 4곳에 이례적인 중징계 조치를 예고했다. 제재가 확정될 경우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생보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1일 생보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ㆍ한화ㆍ교보ㆍ알리안츠생명 4곳에 중징계 제재 조치를 예정 통보했다. 금감원은 제재 대상 금융회사에 소명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제재 확정에 앞서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통보를 보낸다.
금감원은 이들 생보사 법인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영업 일부 정지부터 영업 인가 취소까지를 예고했다. 이중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인 영업 일부 정지만 확정되더라도 해당 생보사는 특정 상품을 팔지 못하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만약 영업 인가 취소 징계가 내려지면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금감원은 이들 생보사 임원들에 대해서도 문책 경고~해임권고 조치까지의 중징계 가능성을 통보했다. 대상이 최소 50~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 대표 등 임원들은 문책 경고만 받아도 현 임기를 마친 후 연임이 불가능하고, 타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것도 금지된다.
보험업계는 이번 중징계 통보를 금감원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고 버틴 것에 대한 ‘괘씸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내주기로 결정한 생보사들은 과징금 100만~600만원의 과징금을 받는데 그쳤다.
앞서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이 특약에 실수로 들어갔을 뿐”이라며 자살자의 유가족에게 일반사망보상금만 지급했다. 그러나 5월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보험사들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금감원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소멸시효(2년)가 지난 뒤 청구된 자살 보험금까지 전액 지급할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9월말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확정 판결을 내놓았던 만큼, 생보사들은 이번 제재 통보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너무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했고, B보험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뒤엎는 징계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행정 제재를 내릴 수밖에 없고, 사안의 정도를 판단해 중징계를 통보한 것”이라며 “다만 영업 인가 취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개 생보사가 8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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