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하루 120만배럴 감산
투자심리 살리고 일자리 늘어나
세계 각국 경제 성장 이끌어낼 듯
원유 의존 경제 개조 원한 사우디
이란 증산 동의하며 감산폭 늘려
셰일가스 개발 노린 미국도 수혜국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30일(현지시간) 내년 1월부터 하루 평균 총 12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함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대부분 경제 성장의 단비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가 정상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과거 유가폭등 때와는 다르게 원유 감산이 경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특히 중동 원유시장의 맹주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비대국 미국이 가져갈 과실이 가장 탐스러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사우디는 개혁의 기회를 맞게 됐으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는 셰일가스 업계의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우디, 감산 덕분에 경제성장 기대
사우디는 이번 원유감산에 합의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감축량이 많다. 하루 평균 48만6,000배럴의 감산 의무를 지기로 했다. 2014년 이후 줄곧 세계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급과잉을 유지하기 원했던 모습과 달리 중동원유시장의 경쟁국인 이란의 증산마저 동의하면서 스스로 감산폭을 늘리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미 CNBC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으로 끝내 감산합의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며 “하지만 사우디가 원유시장의 영향력 감소를 받아들이며 감산에 앞장서자 회의론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가 감산에 적극 응한 배경에는 하루빨리 원유의존도가 극심한 경제구도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증산으로 유가가 떨어져 결국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까지 치솟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속내다. 경제구조를 비(非)에너지 부문으로 다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국영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서둘러온 사우디는 여러모로 감산결정이 시급했던 것이다.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아람코 매각으로 얻게 될 수익도 늘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시장이 정상화되고 가격이 적당히 오르면서 사우디는 부채를 줄이고 성장률이 오르는 등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새로운 시장지배자로 등극할 것”
미국 언론들은 OPEC의 감산합의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자국내 셰일가스 개발붐에 대한 기대심리를 일제히 보도했다. 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은 셰일가스 업계는 저유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있는 동안 투자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유가가 최소 배럴당 50달러 선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당장 얼어붙었던 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관측에 따르면 유가가 60달러 수준에 닿으면 셰일가스 업계는 시설투자를 늘리더라도 에너지시장에서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수 있다. WSJ은 “OPEC의 감산합의로 죽어가던 미국의 셰일 업계가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라며 “투자가 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확보되면서 미국이야말로 감산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하루 9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3대 산유국이기도 한 미국이 이처럼 셰일가스 생산환경마저 개선됨에 따라 사실상 에너지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ㆍ시장지배자)의 지위를 조만간 탈환하게 될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스윙 프로듀서는 에너지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를 의미하는 말로 지금까지 사우디가 이 지위를 유지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원유생산 업계는 지난 1월 바닥을 친 후 계속 살아나는 분위기다”며 감산 이후 미국 에너지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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