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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파란 손

입력
2016.12.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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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예쁘게 꾸며진 아담한 일식집에서 선배와 연어회를 먹었다. 선배는 내 아기를 위해 미키마우스 인형이 달린 예쁜 가방을 선물해주었다. 미키마우스가 대롱대롱 매달린 가방을 메고 서툴게 뜀박질을 할 아기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푸푸 터졌다. 선배와 나는 좋았던 시절과 힘들었던 시절을 번갈아 이야기하며 초겨울 해가 저무는 광경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잠깐, 너 손이 왜 그래?” 선배가 내 손을 끌어당겼다. 일식집이 약간 싸늘하긴 했지만 내 손은 이상할 정도로 파랬다. “어디 아픈 거야? 손이 왜 이렇게 창백해?” 나도 어리둥절해졌다. 내 손이 왜 이러지? 선배는 딱 보아도 눈물이 많은 여자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순식간에 선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나 안 아픈데….”

조금 전까지 이야기했던, 좋았던 시절은 다 없었던 일 같고 오로지 힘들었던 시절만 눈앞에서 아른아른했다. 서글프기도 하고 약간 슬퍼지기까지 했다. 뒤늦게 들어온 친구가 그 분위기에 놀라자, 선배가 내 파란 손을 부여잡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친구가 심드렁한 얼굴을 했다. “손 씻고 와라.” 설마. 나는 화장실에 가서 비누를 굴려가며 뽀득뽀득 손을 씻었다. 새파란 물이 줄줄 흐르며 손이 도로 빨개졌다. 빨개진 손바닥처럼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새로 산 청바지가 범인일 줄이야. 우리는 일식집 테이블을 쿵쿵 내리치며 웃었다. 힘들었던 시절이 도로 사라지고 좋았던 시절만 남았다. “청바지가 이상해!” 내 말에 친구가 비웃었다. “그걸 모르는 네가 더 이상해!” 나는 안심했다. 파란 손을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파란 손을 도로 빨갛게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어서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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