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마씸? 소망이우다.”(정말입니까? 잘됐네요)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은 해녀 김복희(55)씨의 첫마디다.
37년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물질’(해산물 채취 작업)을 해 온 김씨는 “물질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어서 예전에는 해녀를 천한 직업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직업이 돼 너무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이어 “해녀들 대부분이 나이가 들어 명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해녀 보전 대책들이 마련돼 후배 해녀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며 “앞으로 해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유네스코가 30일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이를 전세계가 함께 전승ㆍ보존해야 할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해녀문화는 맨몸으로 잠수해 전복ㆍ소라ㆍ미역 등을 채취하는 제주 해녀의 전통적 어업 방식 ‘물질’과 해녀들이 쉬거나 옷을 갈아입는 장소인 불턱, 신을 모시는 당인 해신당 등은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해녀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출가어업으로 지역 경제의 주축이 되기도 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의 주역이기도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로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풀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해녀 고령화를 막기 위한 전승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제주 해녀의 숫자는 1970년대 1만4,000명이 넘었지만 해마다 줄어 지난해 4,377명. 연령도 70세 이상이 전체의 59.9%를 차지해 자칫 명맥이 끊길 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해녀문화 보전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강인한 개척정신과 여성공동체 문화를 중심으로 생태, 경제, 해양 등의 가치를 지닌 제주해녀문화는 이제 인류 모두의 가치가 됐다”며 “해녀문화를 세계적인 보물로 키워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두고 제주와 경쟁이 예상됐던 일본 해녀 ‘아마’(海女)는 올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신청의 조건인 국가문화재에 지정되어 있지 않는 등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해녀는 제주와 일본 일부에 있는 문화로, 우리는 2009년부터, 일본은 2012년부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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