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조사 응하겠다” 말했지만
절차 등 놓고 시간 끌 가능성
미르·K재단 강제 모금 혐의
김기춘·우병우 사건 관련 여부
‘세월호 7시간’ 행적도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를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이끌 특별검사로 임명하면서 ‘최순실 특검’ 정국이 막을 올렸다. 지난 한 달 여간의 검찰 수사보다 진일보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더해져 특검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의 최우선 과제는 역시 검찰이 미완성으로 남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규명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롯데·SK의 면세점 재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 자료를 분석하는 등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기업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최순실씨 공소장에서 최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모자로서 대통령을 적시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혐의에 대한 수사 마무리도 특검의 몫이다.
이를 위한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특검 수사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이날 박 대통령이 “특검 직접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이 특검 조사마저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해소됐지만,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가 “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전례를 볼 때, 특검이 제시하는 조사 방식이나 절차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조사 장소와 시간을 조율하는 것부터 진통이 예상되는데다, 대통령을 대상으로 얼마나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어떤 개인적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줄곧 혐의를 부인했던 것을 보면,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측에서도 이미 꽤 긴 시간 준비를 해 왔을 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임명 소감을 통해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 측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가 관심거리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명쾌히 드러나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밝혀내야 한다. 이와 관련, 우선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을 위해 대리처방한 혐의부터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 적용 등 특검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폭발력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법처리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검찰이 이미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 특검 조사의 근거는 마련했다. 특히 김 전 실장의 경우 “최순실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해명과는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특검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들에 대한 수사는 필연적으로 검찰로 칼끝이 향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히 기업에 수사정보를 누설한 의혹 등을 조사하다 보면 이들과 친한 검찰 관계자들이 등장할 텐데, 검찰 출신인 특검이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할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앞으로 20일간 사무실 확보, 특검보(4명) 임명 등 준비작업을 거친 뒤 본조사 70일과 필요에 따른 연장조사 30일 등 최장 120일 동안 수사를 하게 된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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