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ㆍ방위지원 요청할 듯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3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방위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필리핀이 전통우방인 미국을 따돌리고 러시아와의 관계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NN에 따르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30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년 3월 또는 4월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방위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양국 간 군사 정보교환과 마약, 테러와의 전쟁 등도 논의사항에 포함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야사이 장관은 이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조율 단계로 내달 3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도 동행해 러시아 무기구매와 방위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필리핀 인권문제로 경찰용 소총 공급중단을 결정한 미국을 대신해 이번에 러시아에 치안과 방위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미국의 경찰용 소총 공급중단과 관련해 “한 정을 사면 한 정을 더 주는 (파격적) 조건으로 러시아산 소총을 필리핀에 판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로렌자나 장관은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러와 관련해 “필리핀이 필요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지 러시아를 방문해 살펴볼 것”이라며 “품질이 좋은 러시아산 저격총이 첫 번째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사이 장관은 러시아와의 방위협력 강화가 “양국 간 ‘군사동맹 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필리핀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은 미국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러에 따른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고리 호바에프 주필리핀 러시아 대사는 이에 대해 “러시아는 아무런 ‘정치적 조건’ 없이 필리핀에 군사장비를 공급할 것”이라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러를 통해 필리핀과 러시아가 서로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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