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애국적인 행동이다”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
성조기 훼손 행위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누구도 국기를 불태워서는 안 된다”면서 “성조기를 태운 사람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권 박탈이나 징역형에 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선인 대변인인 제이슨 밀러도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비열하고 터무니없는 행위”라면서 “이는 불법으로 규정돼야 하며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의 이런 주장은 대선 이후 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반(反) 트럼프’ 시위대의 성조기 훼손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조지아 주 의사당 근처에서 불에 탄 성조기가 발견됐고, 대선 직후 성조기 방화 사건이 발생한 매사추세츠 주 햄프셔 대학은 교내 성조기 게양을 금지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 판시했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선택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자유”라며 표현의 권리를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비록 유쾌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보호돼야 한다”고 했고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국기를 존중하지만, 누군가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표현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성조기 훼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성조기 훼손자 처벌에 관한 헌법 개정안은 2006년 등 과거 7차례나 발의돼 하원 문턱을 넘었으나 번번이 상원에서 부결됐다. 처벌 찬성 측은 국기 방화는 자유를 보호하려는 국가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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