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먹은 이래로 내 꿈은 오로지 소설가다, 라는 생각을 한 번도 잊지 않고 살아온 건 사실이지만 나는 딴생각도 자주 하는 사람이라서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대곤 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행여 머리 아픈 경제부로 발령이 나면 어쩌나,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다가 포기해버렸고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에는 동물병원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수의학과가 6년제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손사래를 치고 말았다. 출판사에서는 꼭 한 번 일해보고 싶었다. 유들유들한 편집자가 되어 작가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요사이 줄줄이 터지고 있는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을 지켜보자니 편집자가 되지 못한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프로그래머 남자친구와 연애를 할 때엔 왜 내가 프로그래머가 되지 못했나 한탄했다. 그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약사 친구와 점심을 먹던 날에는 진작 약대에 가지 못한 걸 후회했다. 친구는 오전에만 약국에서 근무를 했다. 그게 정말 부러웠지만 나는 수학과 과학에 완전 젬병이었으므로 아쉬움은 딱 한 시간밖에 가지 않았다. 아직도 만화가들을 보면 가슴이 쿵쿵댄다. 이야기도 만들면서 그림도 그리는 사람들.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영화판을 전전했지만 1년 동안 내가 그 바닥에서 받은 돈은 달랑 계약금 20만원이었다. 계약금을 받던 날, 감독이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서 내가 밥값을 계산했다. 신사동 간장게장집 밥값은 14만원이었다. 무엇이 되었건 나는 결국 소설가도 되었을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야 나는 소설 속에서 누구로든 변신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소설가는 끝내주게 흥미로운 직업이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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