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ㆍ상무장관에 므누신ㆍ로스
석유재벌 햄은 에너지장관 가능성
내각 총재산 합계 350억달러
하위 100개국 GDP 합보다 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서 소외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이 갑부들로 채워지고 있다.
29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에 각각 월스트리트의 투자자 경력을 갖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53)과 윌버 로스(78)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므누신을 초대 재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BC도 투자자 출신 로스가 이날 트럼프의 대선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트럼프타워를 떠났다며 로스의 상무장관 낙점 소식을 전했다.
므누신은 대선 기간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재무담당 책임자를 지냈지만, 공직 경험은 전혀 없다. 예일대 졸업 후 부친(로버트 므누신)이 일했던 골드만삭스에 1985년 합류한 뒤 17년간 근무했다. 2002년 골드만삭스를 떠난 후에는 헤지펀드 ‘듄 캐피널 매니지먼트’를 창립, 할리우드의 흥행 영화인 ‘엑스맨’과 ‘아바타’에도 투자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2000년대부터 인연을 맺었는데, 시카고 건설사업 대출 문제로 소송을 벌인 악연도 있다. 올해 4월 뉴욕 주 당내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트럼프 후보 요청을 받아들여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오르면 행크 폴슨(조지 W 부시 정권), 로버트 루빈(빌 클린턴 정권)에 이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는 세 번째 재무장관이 된다.
상무장관 발탁이 유력한 로스도 사모투자펀드(PE) 투자자 출신이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당선인이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의 카지노 사업 파산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도움을 줬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후보를 위해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섰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주장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100일 계획에도 깊이 관여,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ㆍ철회 등 강경 노선 구축에 영향을 미쳤다.
로스와 므누신이 합류할 경우 트럼프 내각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갑부로 채워지게 될 전망이다. 철강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극단적 구조조정으로 회생시킨 뒤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부를 이룬 로스의 재산은 29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므누신의 재산도 4,600만달러(537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내각을 ‘억만장자’를 뛰어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sㆍ초갑부)들의 모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부터 재산이 100억달러(11조7,000억원)에 달하고 교육장관에 내정된 벳시 디보스는 가족 자산이 51억달러(약 6조원)이며, 자산이 153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석유재벌 해롤드 햄은 에너지장관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내각의 총재산 합계인 350억달러는 전세계 200여개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기준 하위 100개 나라들의 GDP 총합보다 많은 규모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