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일정 원점 재검토 요구”
남경필ㆍ김용태는 표 단속 안간힘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가 일정을 정해주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야당이 추진해온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야당은 당초 목표로 삼았던 2일 예정대로 본회의 의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탄핵에 찬성해 온 새누리당 비주류 일부가 흔들리면서 탄핵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다만 정치권이 탄핵 민심 자체를 거스르기 쉽지 않은 만큼, 정기국회 내에 탄핵안 처리가 다시 시도될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 주류는 이날 박 대통령 3차 담화를 계기로 국회의 탄핵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일제히 요구했다. 친박계는 당장 탄핵안 추진 명분이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한 이상 탄핵 주장은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당도 대승적 입장에서 나라와 국가를 위하지 않으면 국민이 저항할 것”이라며 정치적 역풍을 경고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며 탄핵 절차 중단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거취를 국회에 백지 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탄핵에 찬성해온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날 담화 이후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경원 의원은 박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비주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존 논의 결과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일단 (박 대통령 퇴진 일정 등과 관련해) 여야 합의를 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측 의견은 즉각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과 여야 논의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최소 28명의 여당 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해야 한다.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야권은 무소속을 포함해 172명이다. 당초 비주류 의원 40명 이상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들의 대오가 무너지면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려가 확산되자 여당에서 탄핵을 주도해온 비상시국회의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박 대통령 조기 퇴진과 관련한 여야 협의가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면서도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안 처리가 미뤄지거나 거부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비주류가 탄핵 전선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도 표 단속에 나섰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기 처지를 모면해보고자, 온갖 용을 쓰고 있다”며 “만약 정기국회 안에 국회가 탄핵을 의결하지 못하면, 그리고 새누리당이 이것을 막아 선다면 국민과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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