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명예로운 퇴진 위해 활용
정진석 “탄핵ㆍ개헌론 병행을”
유승민 “개헌 거론 땐 상황 복잡”
文 “집권 연장 정치적 계산” 반대
![박근혜대통령, 3차 담화 발표29일 오후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6/11/29/201611292040049535_1.jpg)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단축을 포함한 퇴진 문제를 국회에 넘기면서 개헌 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의 제의를 수용해 사퇴 시한과 과도내각 구성에 합의하면, 과도내각 총리를 중심으로 개헌론자들이 결집해 개헌 논의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야권 개헌론자들이 원하는 정치적 셈법이 제 각기 다른 데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이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어 실질적인 개헌 논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세 결집의 명분으로 개헌론이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날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개헌론을 공개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 고친다는 명분과 함께 개헌이 완료되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그림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권에서 나오는 개헌 주장을 경청하고 가능한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힌 만큼 탄핵 설득력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비박계 더 나아가 야당 개헌파를 향해 탄핵 보류를 주문하면서, 개헌을 당근으로 제시해 탄핵 연대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조기 탄핵’으로 단일대오를 이뤘던 비박계는 흔들리는 분위기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탄핵 반대가 아니다”면서도 “국민이 동의하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해 ‘탄핵ㆍ개헌 병행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탄핵 국면에 개헌 이야기를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개헌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에선 이른바 박 대통령의 명예 퇴진론에 방점을 찍은 ‘원 포인트 개헌’이자 탄핵정국을 물타기 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지금 개헌 논의는 퇴진 요구, 탄핵 추진 대열에 혼선을 주고, 개헌을 매개로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을 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고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야권 개헌론자들도 친박계 주도의 개헌론이 자칫 박 대통령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해 선을 긋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친박계가 개헌을 입에 올리는 것은 개헌 논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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