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homogeneous society)을 강조하던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과정(multi-cultural society)을 겪고 있다. 서양의 교과서에 단일민족 사례로 한국과 일본이 자주 소개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결혼 이민과 취업 이민, 유학 이민으로 인해 국내 거주 외국인만 수백 만에 이른다. diverse society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미국이야 본래 이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다문화를 넘어 다인종 사회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국 사회는 용광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일종의 수사학적 비유와 좋은 의미에서 출발한 말이다. 외국인이 들어와 함께 녹아 드는 사회를 ‘melting together’라고 부르던 때가 1780년대였다. 그 이후 연극 ‘melting pot’(1908)이 등장한 시점을 보면 다문화 사회(multi-culturalism)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당시에는 외국인들이 미국에 들어와 함께 녹아 들어 하모니를 이루는 용광로(melting pot) 개념이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이보다 진일보한 모자이크 사회(mosaic), 샐러드 보울(salad bowl), 만화경(kaleidoscope) 같은 비유적 표현으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다양성의 아름다운 조화일 것이다. 초기에는 외국인들이 하나의 국가 안에서 녹아 드는 개념의 용광로 표현을 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cultural-pluralism(문화의 다양성)으로 바뀌었다. 즉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로 녹아 들기 보다는 다양한 문화가 그대로 살아 있는 다문화 사회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정서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지칭하는 말도 많아졌다. 십인십색(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이나 ‘It takes all sorts to make a world’(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산다) 등은 표현만 다를 뿐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사람들이(folks) 수영할 때 팔의 동작(stroke)이나 움직임이 다양한데 이런 차이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속담이다. ‘It takes all colors to make a world’(세상에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말이다. ‘It’s horses for courses’(말들이 달릴 때 기준도 다르고 가는 길도 제각각)도 역시 다양성을 인정하는 말이다. 아울러 William Cowper의 시 ‘The Task’(1785)에 나오는 말처럼 ‘Variety is the spice of life’도 의미는 비슷하다. 다양성이야말로 생활의 양념인 것처럼 일상에서는 ‘Diversity makes life interesting’이다.
사회적 구성으로 말하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질 때 더 재미있을 것이다. Jimmy Carter 대통령처럼 사회 통합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아름다운 모자이크 같은 사회’(We become not a melting pot but a beautiful mosaic. Different people, different beliefs, different yearnings, different hopes, different dreams.)라고 말한 경우도 있지만 미국 사회를 용광로로 보지 않고 펄펄 끓는 가마솥(America is not a melting pot. It is a sizzling cauldron)이나 ‘It is the casserole’처럼 냄비로 비유하는 작가도 있다. 다양성은 분명 좋을 수도 있지만 조화와 통합은 어려운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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