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정태하군과 아빠인 축구선수 정조국(오른쪽)/사진=탤런트인 아내 김성은씨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인간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과거를 추억하며 사는 이, 현재에 충실한 이, 미래에 지향점을 두는 이가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20골(역대 최다 득점) 1도움을 기록,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 베스트 공격수에 선정된 정조국(32ㆍ광주FC)은 전형적인 '현재형' 선수였다.
정조국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애초에 몇 골을 넣겠다거나 하는 수치적 목표는 없었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 경기 부진해도 다음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일희일비하는 성격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정조국은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한 해였다. 남기일(42) 감독님과 후배, 동료들의 공이 컸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그래도 어차피 지나가는 것이다"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정조국은 과거 U-17, U-20, U-23, 성인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을 거치며 한국 축구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대신고를 졸업한 2003년 곧바로 K리그 안양 LG치타스(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12골2도움(32경기)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이듬해부턴 기대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8골4도움)과 2010년(12골3도움)을 제외하고 클래식 다른 시즌에는 공격포인트가 한 자리 수에 머물렀다. 대표팀에서도 부진했고, 프랑스 리그앙 AJ 옥세르와 AS 낭시 로렌에서도 총 4골(35경기)을 넣는 데 그쳤다.
정조국은 "(부진했던) 원인은 딱히 꼽을 수 없다. 어찌됐건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많은 걸 배웠고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데뷔 후 시작은 좋았지만, 10년 넘게 어떻게 계속 잘하겠나. 쓴 약, 단 약 다 먹고 다듬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도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조국은 총 10년 넘게 뛴 서울을 떠나 올해 광주로 이적했다. 그는 이달 초 K리그 대상 시상식 선수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도 "정말 힘들었던 선택이었다"고 했다. 서울에 대한 미련이나 원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조국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며 "여전히 서울을 응원한다. 그라운드에 많이 서고 싶었던 게 이적의 가장 큰 이유였다. 프로라면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결정이 있기까지 내 현실을 깨닫고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광주(승점 47ㆍ8위)에 대해선 "지난해(승점 42ㆍ10위)보다 성적이 나아졌다.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것 같아 기쁘다"며 "강 팀이든 약 팀이든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이며 '원 팀'이 돼 움직이는 광주 축구의 색깔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정조국, 아내 김성은씨, 아들 정태하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사진=김성은씨 인스타그램.
정조국은 라이벌에 관한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며 "나, 그리고 우리 팀이 중요하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도 좋지만, 나와 우리 팀이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이 기대되는 후배로는 김민혁(24)과 송승민(24ㆍ이상 광주)을 꼽았으며 롤모델로는 이동국(37ㆍ전북 현대)을 언급했다. 정조국은 "동국이 형은 내가 생각하는 K리그 최고의 선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꾸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선배인 동국이 형이 잘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면 될 것 같다"며 "물론 그러기 위해선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조국은 탤런트인 아내 김성은(33)씨와 슬하에 아들 태하(6)군을 두고 있다. 정조국은 "가장들은 같은 심정일 것이다. 되도록 집에 있으려 한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기본을 지키려 한다"고 했다. "아내는 내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내조해준다. 특히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편안하게 해줘 고맙다"는 정조국은 아들에 대해서도 "시상식 후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더라. 아들한테 좋은 추억을 선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었다.
정조국은 "가족은 힘들 때나 기쁠 때 옆에 있어주는 온전한 '내 편'"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며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주위도 돌아보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물었다.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정조국은 "'뭐가 되겠다' 그런 건 없다. 허황된 꿈을 얘기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과거는 지난 일이고, 미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현재를 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는 말도 있다. 오늘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내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간단명료한 인생의 해답이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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