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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촛불들

입력
2016.11.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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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 사는 친구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방엘 나가보면 메이드가 밥을 차려놨단 말이지. 다 먹고 침실에 들어오면 이불 정리까지 다 해놨다니까!” 아이가 어릴 땐 고작 그런 걸로 좋아하더니 이제 그녀의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다. 그녀는 한국이 그립다면서도 돌아올 엄두를 못 낸다. “무서워서 못 가. 거기서 애들을 어떻게 키워?” 주재원 근무 기간이 끝나서 친구 부부는 아예 베트남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월급은 반토막이 났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작정인 거다. 호주 애들레이드에 사는 친구도 처음에는 유학생 부부였다. 학위를 땄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그곳에서 낳은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기도 차별이 있어. 영어가 서툴다고 차별을 받고 몸이 불편한 사람은 여기에 살아도 불편하지.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냐. 아이를 데리고 한국엔 못 가.” 영주권을 따기 위해 친구 부부는 전공을 바꾸어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경영학을 전공했던 남편은 생뚱맞게도 요리학교에 진학했다. 영주권을 따려면 요리사가 되거나 냉동기술자가 되거나 미용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이민 컨설턴트를 만나볼까 고민한 적이 있다. 아기를 낳고 난 후였다.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나는 내 아이가 한국말을 아주 예쁘게 쓰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고, 한국의 바닷빛을 나만큼이나 좋아했으면 좋겠고, 명란젓과 가자미식해를 잘 집어먹는 아이로 크기를 누구보다 바랐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보다는 훨씬 덜 하다. 광장의 촛불이 희망이 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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