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지도부 즉각 사퇴를”
친박 전횡 진상규명도 요구
친박 “전대까지 한시 체제”
비박=원조친박 책임 제기도
새누리당의 비박과 친박 중진의원들이 28일 비박계가 추천하는 후보 3명 중 1명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지는 불투명하다. 비대위를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속내가 동상이몽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친박계 5선 원유철 의원, 4선 정우택ㆍ홍문종 의원과 비박계 4선 김재경ㆍ나경원ㆍ주호영 의원으로 구성된 6인 중진협의체는 이날 비박계 측이 추천하는 비대위원장 후보를 30일 중진협의체 논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는 방식으로 임명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비대위 구성의 전권을 비대위원장에게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당내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당장 비대위 전환 시기, 비대위원장의 권한 및 활동 기간을 놓고 양쪽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비박계는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비대위원장에게 당 쇄신의 전권을 부여하는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4ㆍ13 공천 개입, 혁신위 구성 무산 등 친박계 전횡 의혹의 진상 규명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비박계의 생각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경우에 따라선 출당 등 징계 조치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조기 전당대회로 새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한시적인 비대위 체제를 원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여러 조건이 병행 합의돼야 한다”며 “당장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현 지도부는 물러나라는 소리인데 동의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비대위 활동 기한도 조기 전대를 준비하는 두어 달 정도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부정적인 기류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비주류 의원들의 의견에 상당한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가있다”며 “최고위가 기존에 정한 ‘사퇴 로드맵’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여러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생각”이라면서도 “거기(중진협의체)에서 추천했으니 무조건 받으라는 건데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박계는 되레 비박계를 향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과거 ‘원조친박’으로서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 누구를 청산하느냐”며 “어떤 분은 당 대표 하면서 최순실ㆍ정윤회 사건에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했고, 어떤 분은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비서실장을 하면서 실태를 알면서도 뒤로 숨었다. 어떤 분은 대선 과정에서 최태민 일가의 일을 전혀 아니라고 한 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그와 관련한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모으고 있다”며 이를 공개할 의사를 내비쳤다. 당내에서마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의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비대위 구성에 합의한다 해도 탄핵안 가결 뒤엔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들과 어떻게 같은 당이라고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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