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들이 28일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진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가 임박했고, 민심이 완전히 이반된 상황에서 대통령을 위한 명예로운 퇴로를 모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0일 이상 사실상 국정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마당에 박 대통령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최종 숙고해야 할 시기가 왔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정갑윤 최경환 유기준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을 고집하기보다 국가와 본인을 위해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이대로 간다면 국회에서 탄핵될 수밖에 없는데 박 대통령이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입장을 표명하는 게 맞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이 조만간 박 대통령을 만나 건의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보호에 급급했던 친박계의 중진들이 사실상 대통령 하야 의견을 모은 것은 광화문 촛불집회 다음 날인 27일 여야 정치원로들의 긴급회동에서 나온 정국해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등으로 이뤄진 정치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시국 수습을 위해 하야 선언을 하고 대선과 정치일정 등을 감안해 내년 4월까지 퇴진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미 국민의 하야ㆍ퇴진 요구는 굳어졌고, 정부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법무장관은 사의를 굽히지 않아 28일 결국 사표가 수리됐다. 새누리당 친박계만으로 더는 대통령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도 이날 당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키로 했다.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염두에 둔 조치다. 무엇보다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기정사실이다. 야3당이 29일 탄핵소추 단일안을 마련키로 한 데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가세로 내달 2일이나 9일 본회의 처리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에서 친박계 중진들조차 더 이상 대통령이 버티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결단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상황을 이대로 끌고 가는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너무 무책임하다. ‘대통령직 파면’이라는 치욕적 결과보다는 질서정연한 퇴장의 길을 대통령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를 거듭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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