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비율 변경된 의혹 일자
삼성 “삼성물산 가치 하락 상태”
국민연금 수천억 손실 지적엔
“실제 손실 금액 절반 못 미쳐”
특혜, 외압 등 치열한 논란 예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임박하며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검찰 등은 로비와 외압의 결과로 삼성이 특혜를 받았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삼성은 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는데도 의혹이 제기되자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하는 내달 6일 국정조사장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지분은 단일 주주로는 최대 규모인 11.61%였다. 가장 큰 쟁점은 양 사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였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 내부 회의록에는 합병 비율이 1대0.46이 적정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언급돼 있다.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 비율이 조정된 것 아니냔 의혹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에 대해 의혹 제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합병 비율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 한 달 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 부문을 포함했던 제일모직은 당시 잠재 성장성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주가에 반영됐지만 건설과 상사 부문을 포함한 물산은 구조적 한계로 가치가 하락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양사의 합병 찬성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지적도 쟁점 중 하나다. 최근 일부 매체에선 합병 찬성에 따른 국민연금의 주식 평가손이 5,9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은 “국민연금이 합병 후 169만5,868주를 매각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2,327억원 수준”이란 입장이다. 매일 변하는 주가로 평가손익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종가(16만9,000원)로 보면 국민연금은 1,000억원대의 평가익을 냈다.
양사의 합병 발표 직전 이뤄진 이 부회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접촉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중요한 의사 결정에 앞두고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홍 전 본부장과 만난 것은 어디까지나 합병 등 주요 변동 상황 전 주요 주주들을 만나는 정상적 절차의 하나였다”며 “실제로 이 부회장은 당시 네덜란드의 연금APG와도 면담했다”고 밝혔다.
양 사의 합병을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를 한 사실도 민감한 사안이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양사 합병에 결정적인 국민연금의 찬성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시간상으로 보면 이는 앞뒤가 안 맞는다. 국민연금이 양사의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7월10일이고 임시 이사회에서 이를 통과시킨 것은 7월17일이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것은 그 뒤인 7월25일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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