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아쉬워한 이병규(42)의 은퇴. 누구보다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LG의 최고참으로 남게 된 박용택(37)에게 이병규는 선배 이상의 존재였다. 박용택은 이병규를 보면서 성장했다. 2002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단한 스물 세 살의 박용택에게 당시 6년차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병규는 하늘 같은 선배이자 대스타였다. 이병규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최다안타 부문 3연패를 차지했다. 야구 스타일은 다르지만 박용택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이병규만큼 잘 하고 싶었고, 이병규를 넘고 싶었다. KBO리그 최고 타자가 된 지금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박용택의 근성은 그 때부터 보였다.
이병규가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날 밤 둘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15년간 선수로 함께 했던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이미 ‘강제 결별’을 당했지만 그래도 ‘선수 이병규’는 박용택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이병규도 박용택에게 무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늘 “나보다 더 잘 할 선수”라고 격려했고, 2007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할 때도 “용택이가 있어 그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간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친형제처럼 지내왔다. 이병규가 2003년 동갑내기 아내 류재희씨와 결혼하자 박용택도 2005년 동갑내기 한진영씨와 결혼해 한층 안정을 찾고 야구 실력도 진일보했다.
시즌 종료 후 흘러가는 정황상 선배의 은퇴가 머지 않았음을 직감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그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용택은 “이제 (이)병규형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냥 가슴이 먹먹하고, 잊고 있다가도 문득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병규가 2군에 내려가 있는 사이 박용택은 이병규가 보유했던 단일 구단 최다안타(2,042개)를 넘어섰다. 박용택은 올해까지 15시즌 통산 타율 3할6리에 2,050안타, 181홈런, 969타점, 1,046득점, 301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병규는 17시즌 통산 타율 3할1푼1리(6,571타수), 2,043안타, 972타점, 161홈런, 992득점, 147도루를 남겼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도루를 제외하고 크게 앞섰던 이병규가 기량과 무관하게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반면 박용택은 30대 이후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기록을 넘어섰다.
“병규 형을 보면서 목표도 생겼다”고 말해 왔고, “병규형 기록은 내가 다 깰 것”이라고 말했던 박용택이었기에 “한 동안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착잡한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한편 이병규의 은퇴 소식은 일본에도 관심사였다. 일본의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는 28일 “한때 주니치에서 뛰었던 LG 트윈스 외야수 이병규가 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병규는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 WBC에서도 활약했던 선수”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언론에 따르면 이병규는 현역생활을 연장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이 세대교체 중이어서 영향을 받았고, 바람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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