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은 힘든 시기에 내 가족과 아버지의 친구였다.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16년 전 미국과 쿠바의 외교 분쟁 중심에 섰던 ‘여섯살배기 난민’ 엘리안 곤살레스가 쿠바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델 카스트로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인터뷰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평의회 의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27일(현지시간) 방송됐다.
스물두살의 성인이 된 곤살레스는 방송에서 “내가 이룬 것들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다”라며 카스트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곤살레스는 다섯 살 때이던 1999년 11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작은 배를 탔다. 미국 플로리다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 풍랑을 만나 어머니가 익사했고, 표류하다 주변을 지나던 미국 어선에 구조됐다. 해상에서 구조된 쿠바 난민은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어린 나이 탓에 마이애미에 살고 있던 아버지의 친척집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쿠바에 있는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친척들은 물론 미국 내 쿠바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송환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곤살레스의 거취는 미국과 쿠바 간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 양육권 쟁탈전에 당시 카스트로 의장까지 가세했다.
결국, 이듬해 4월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연방요원들을 투입해 곤살레스를 끌고 나와 생부와 만나게 한 뒤 부자를 쿠바로 돌려보내면서 6개월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여섯살배기 난민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의 송환을 위한 외교전을 지휘했던 카스트로 전 의장은 곤살레스의 일곱 살 생일 파티와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곤살레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가 쿠바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피델 카스트로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스트로의 유산인 혁명을 완수하는 것은 이제 쿠바인들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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