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진영/사진=KLPGA
[부산=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올해 고진영(21ㆍ넵스)은 같은 팀 소속으로 봉사 활동까지 함께 다닌 친한 언니 박성현(23ㆍ넵스)을 제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의 서막을 활짝 열었다.
시즌 3승을 거둔 고진영이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을 꾸준함이다. 지난 4월 KG ·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7월에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상금과 부상 등을 합쳐 한방에 4억3,000만원올 벌기도 했다. 10월 들어서는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외 준우승 2번과 3위 2번 등으로 상금왕ㆍ다승ㆍ평균 타수ㆍ톱10 피니시율 부문에서 박성현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물오른 기량은 27일 끝난 팀 대항전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마지막 날 호스트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가 '스나이퍼'라고 칭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팀의 에이스 유소연(26ㆍ하나금융)과 매치 플레이를 벌여 완승했다. 고진영은 "대진이 확정되고 긴장이 되서 잠을 잘 못 잤다"고 웃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유소연을 리드했다.
고진영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기대되는 선수다. 박성현이 LPGA로 떠나면서 바통을 이어받을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부산에서 열린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대회 현장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고진영은 "그런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대에 보답해드려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그에 맞게 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은 메이저 대회 우승도 있고 정말 열심히 잘했던 한 해인 것 같다"고 되돌아본 그는 "내년은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지만 일단 전지훈련을 가서 보완해야 될 점들을 잘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언뜻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외모를 지녔다. 그러나 부잣집 막내딸로 밝고 티 없이만 컸을 거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골프를 그만 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절이 있을 만큼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난의 과정을 겪었다. 고진영은 "아마추어 때가 제일 힘들었다"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면서 힘들게 골프를 시키셨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런 경제 상황들을 저는 잘 몰랐다. 그걸 알게 되면서 골프하게 된 걸 후회도 하고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진영은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더욱 이를 악물고 골프를 쳤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골프가 가족 모두를 책임지는 생계 수단이 된 이상 그는 남들보다 더 악착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집념이 마침내 올 시즌 상금 10억원(10억2,244만9,332원)을 돌파한 선수로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좀 벌어서 살 만하다"고 웃은 고진영은 "한 3~4살 때 아빠 무릎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박세리(39) 선배님이 US 여자 오픈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트로피가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고 시켜달라고 했던 게 계기다. 그때는 너무 어리니까 엄마 아빠가 혼내시며 못하게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마침 집 옆에 있던 골프 연습장에서 우연히 골프채를 잡게 됐다. 그때는 반에서 친한 친구랑 같이 취미로 했는데 그 친구가 저보다 잘 쳐 그 친구를 이기려고 더 기를 쓰고 했었다"고 떠올렸다.
고진영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골프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는 "골프는 제 인생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정의하며 "골프를 안 했으면 공부하면서 정말 평범한 대학생처럼 취업 고민하고 그랬을 텐데 저는 아무래도 일찍 골프를 하게 되면서 이 길로 목표가 생기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될지 명확해졌으니까 그런 점에서 참 고마운 것 같다"고 성숙함을 보였다.
또래에 비해 일찍 철이 든 고진영의 인격은 대회장에서 만난 팬클럽 'GO KO 클럽(가다+고진영의 성)' 멤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50대 여성 팬은 "고진영에 반하게 된 건 인성"이라고 강조하며 "항상 우리를 보면 식사 하셨냐고 물어보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배려를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이제 21살 고진영의 머릿속엔 더 큰 꿈이 그려지고 있다. 그는 "골프 말고도 해보고 싶은 것이 워낙 많아 일단 목표는 30살 이전에 은퇴"라면서도 "미국 진출은 해야 한다. 내년 퀄리파잉 스쿨(Q스쿨)을 생각하고 있는데 Q스쿨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일단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LPGA 투어 마이클 완(51) 커미셔너가 Q스쿨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이르면 2017년부터 Q스쿨 대신 3~4개 대회를 약 한 달간 치르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면 국내 선수들에게는 미국 진출의 문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배 박성현처럼 비회원으로 참가해 상금을 많이 따서 가는 방법도 참고해볼 만하다. 그러나 고진영은 "그건 언니가 워낙 잘 치니까 그렇게 한 거고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며 "아직은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부산=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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