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집회 900m… 4차 땐 400m
5차에 청와대 200m 앞까지 허용
장소와 항의 대상의 연관성 강조
“과거 집회에 현저히 다르다” 명시
청와대로 향하는 시위행진의 빗장을 푼 것은 법원이었다. 법원의 집회 허용선은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는 청와대에서 900m 떨어진 내자동로터리, 19일 4차 촛불집회 땐 400m 앞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26일 5차 촛불집회는 200m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옮겨갔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기까지 법원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을 특별히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5차 집회 집행정지 신청 결정문에서 “집회ㆍ행진의 목적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와 책임을 촉구하는 데 있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난 20일 최순실(60)씨 등 3명을 기소하며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밝힌 뒤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4차 집회 집행정지 신청 결정문까지의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문구보다 구체적으로 집회ㆍ시위 목적의 정당성을 수긍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이 내세운 교통 불편보다 집회를 보장하는 헌법적 요청이 더 무겁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100만 민심’이 결집된 3차 집회 때부터 집회 장소와 항의의 대상 간 연관성을 강조했다. 당시 재판장은 “대통령에게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이번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ㆍ율곡로 쪽 집회ㆍ행진이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와는 현저히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통상 광화문광장 중간(세종문화회관~미국대사관)에 자리잡았던 경찰 차벽이 경복궁 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교통 혼잡’ 등 집시법(12조)상 예외 사유를 엄격히 해석해 그간 경찰이 내세운 제한 사유를 물리치는 경향을 보였다. 3ㆍ4차 집회 관련 재판부는 “예상되는 교통 불편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감당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성숙한 평화시위를 거듭 해온 시민들을 신뢰하는 대목 외의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한 부장판사는 “사태가 집회의 목적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심한 것이지 국정농단이라 해서 집회를 대폭 허용한다고 보면 안 된다. 자칫 법원의 정치행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법원이 청와대 200m 앞 야간집회도 허용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5차 집회에서 일몰 무렵까지만 청와대 앞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는 “집회 장소에서 아직 대규모 집회 경험이 없어 현 단계에서는 (안전사고 우려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참여연대의 김선휴 변호사는 “밤에 촛불을 밝힌다고 더 위험하다는 추상적 판단보다 한 걸음 진전된 결정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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