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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건국절 사관’ 反헌법ㆍ反정설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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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건국절 사관’ 反헌법ㆍ反정설 논란 가열

입력
2016.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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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ㆍ임정 의미 퇴색”

대한민국 영토 한반도 남쪽 국한

학계ㆍ시민단체 폐기 목소리 고조

“대한민국의 정통성 확고하게”

교육부 사전설명서 당위성 역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역사교과서가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단정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항일독립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반헌법적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 개념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27일 국정교과서 사전설명 기자간담회에서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논란을 예상한 듯 별도자료까지 나눠줬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대한민국은 1919년 3ㆍ1운동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독립과 건국을 위한 모든 노력이 광복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다”며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해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워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가 이전 교과서에 쓰였다는 점도 강조됐다. 1956년 1차 교육과정부터 사용된 검정교과서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혼용돼 사용됐는데, 2000년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됐다는 것이다. 박 부단장은 “교과서 편향 논란이 있었던 걸 감안해, 이번에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가지는 용어상 한계도 밝혔다. 정부라는 단어 때문에 ‘국가’가 완성됐다는 뜻이 흐릿해진다는 얘기다. 현행 교과서가 같은 해 북한 상황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국가가 완성된 것처럼 적으면서, 우리는 정부 수립이라고 밝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시켰다는 논리다.

역사학계에서 교육부의 이런 논리를 따르는 건 극소수의 뉴라이트계열 학자뿐이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2013년 뉴라이트 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자 당시 교육부가 ‘정부 수립’으로 고치라고 명령했는데, 3년 만에 교육부가 이를 뒤집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등은 정부 논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의 원년이라는 이른바 건국절론은 학계 정설에 배치되고 헌법정신에도 위배되는 주장”이라며 국정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건국절 사관은 항일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격하시키고 친일파를 건국공로자로 ‘역사세탁’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역사학계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적힌 헌법전문을 근거로, 1919년에 이미 대한민국이 출범했다고 보고 있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도 전문(前文)에서 ‘기미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중략)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명시했다. 대한민국이 1919년 ‘건립(건국)’되고 1948년 ‘재건’ 됐다는 것이다. 역사학계는 1948년 8월 15일 중앙청 광장에 등장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역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검인정교과서는 1919년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이번 국정교과서에 ‘건국절’이라는 용어는 실리지 않았다. 박 부단장은 “건국절은 ‘역사적 기념’과 관련된 것이라 국민적 합의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교과서 기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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