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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서남단 흑산도에서도… 서울 밖 40만 촛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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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서남단 흑산도에서도… 서울 밖 40만 촛불 타올랐다

입력
2016.11.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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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지구에서 열린 제4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손에손에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2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지구에서 열린 제4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손에손에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5ㆍ18항쟁 광주ㆍ朴텃밭 대구…

지역 따라 같은 듯 다른 외침

26일 밤 전국의 광장에서 어김없이 타오른 촛불은 다르면서 같았고, 같으면서도 달랐다. 우리나라 서남단인 흑산도에서까지 불을 밝힌 40만개의 촛불 민심은 하나 같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지만, 그 외침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출됐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난 19일 촛불집회 당시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막말에 횃불을 밝혀 응수했던 광주에선 26일 마침내 “박근혜를 체포하라”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날 5ㆍ18민주광장과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 5만여명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하야송’을 부르며 ‘우리가 주인이다’와 ‘박근혜 체포’라는 붉은 글씨가 적힌 하얀색 대형 플래카드 2개를 머리 위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장모(52)씨는 “광장에 모이는 촛불들의 요구는 박 대통령 퇴진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있다”며 “부패한 기득권층에 대한 개혁 없이 대통령만 바꾸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선 14개 마을 주민 100여명이 예리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타오르는 촛불 민심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박근혜 퇴진”의 촛불 함성 속엔 ‘대구정신’ 회복이라는 간절한 염원도 녹아 있었다. 이날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시민 4만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촛불집회에서 방송인 김제동씨는 토크 콘서트 ‘대구 만민공동회-광장을 열다’를 통해 감정적 배신감에 상처받은 민심을 어루만졌다.

김씨는 “대구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던 청년 전태일의 고향이기도 하다. 2ㆍ28학생운동, 국채보상운동을 한 고장으로 대구의 정신은 살아있다”고 위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 까짓 게 뭔데 (한일위안부)합의를 해. 지 까짓 게 뭔데 나를 두 번 세 번 죽이냐”라고 분노했다.

여권의 심장부인 부산에서도 시민 13만여명이 1987년 6ㆍ10민주항쟁의 성지로 불리는 문현교차로에서 촛불 행진을 하며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현교차로는 30년 전 6ㆍ10항쟁 당시 국민평화대행진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상의를 벗은 한 시민이 경찰을 향해 달려가는 사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박근혜정권퇴진부산운동본부 양미숙 공동집행위원장은 “전두환 정권의 막을 내리게 한 역사적 장소에서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아가 그 이후의 상황을 생각해보기 위해 이 곳을 행진장소로 택했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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