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고시청률 38.8%을 기록했고 32개국과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드라마가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말입니다’로 완곡하게 문장을 종결하는 방식은 군인들의 전유물로 간주됐으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사용한 후에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인 표현이 됐다.
이처럼 방송을 통해 전달된 언어는 시청자의 언어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는 시청자들이 방송언어를 본받을 만한 언어규범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를 통해서도 방송이 언어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년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실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청소년들의 비속어ㆍ신조어 사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기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언론이나 방송’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15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TV를 시청하는 데 하루 평균 약 154분을 쓰고 있다. 인터넷(104분)과 종이신문(8분)에 비해 여전히 많다. 따라서 표준어의 사용, 어법에 맞는 문장, 논리적인 구성 등 언어규범을 준수하는 품격 높은 방송언어의 사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매체간 경쟁의 심화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어표현과 비속어ㆍ축약어 등이 빈번하게 방송됨에 따라 언어문화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청소년ㆍ어린이의 언어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8절 ‘방송언어’ 위반으로 제재처분을 받은 경우를 살펴보면,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뽀록이 나다’ ‘거지 같은 놈’ 등)나 저속한 조어(‘개저씨’ ‘노발앵발’)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접적인 비속어를 방송한 경우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신조어 등이 변화하는 언어습관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고 비속어 사용이 드라마의 흐름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언어환경에 주는 영향력을 고려해 본다면 방송언어의 사용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할 것이다.
방송언어의 순화를 위해서는 방송사와 규제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언어의 순화를 통한 고품격 방송콘텐츠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작년 9월 제작자와 출연자 등이 우리 방송 제작환경에서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을 제작ㆍ보급했고, 작년 10월에는 ‘아름다운 언어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력협약’을 주요 방송사들과 체결했다. 올해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요 방송사들의 협조로 상ㆍ하반기에 청소년 언어순화 자막고지를 시행했으며, 향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 프로그램 제작ㆍ송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 개정 및 방송 관계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방송언어의 품격 향상을 위해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독자의 능동적인 언어 해석을 통해 글의 의미가 재구성된다는 점을 ‘저자의 죽음’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현재 방송 프로그램이 소비되는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일단 방송 프로그램이 송출되면, 그 다음에는 이용자들이 각자의 미디어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하고 있다. 방송은 이제 제작자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 된 것이다. 스마트 미디어시대에 품격 높은 언어문화 확산을 위해 방송의 역할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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