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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미스 김

입력
2016.11.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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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이름을 짓느라 고심할 때 내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외국인들이 부르기 쉬운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도대체 왜 중요하느냐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 겪은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내 이름을 발음할 줄 몰라서 킴 씌우리융, 킴 쎄우리영…. 그러다 난감한 얼굴을 하고 웃어버리기 일쑤였다. 별 수 없다. “그냥 킴이라고 불러.” 그러는 수밖에. 그들 귀에 어려운 이름을 가진 한국 작가가 나뿐만이 아니어서 외국 작가들은 한국의 수많은 킴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때로 “미스 킴”이라고 부르는 외국 작가들이 있었지만 그건 또 내가 편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럴 리 없겠지만 한국에서 “미스 김”은 이상하다. 그게 웬 콩죽 먹던 시절의 이야기냐고? 사회적으로 낮은 계급의 여성들을 부를 때 쓰던 호칭이라는 걸 우리는 모르지 않고 “미스”라는 말의 영어 의미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것이 분명 비하의 뉘앙스를 가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김양아, 커피 한 잔만!”으로 이어지는 상상, 절대 무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미스 박” 운운한다면 그건 잘못 나간 거다. 우리가 비하해야 할 대상은 박 대통령의 성(性)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혐의이다. 아직도 이 곳에는 숱한 미스 김과 미스 박들이 하찮은 일들을 도맡고 있다.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조롱도 존재한다. 이건 착한 척 콤플렉스가 아니라 예의에 관한 이야기다. 권력을 가진 이를 비판하기 위해 약자를 들먹이는 건 이상하고 우스운 일이니까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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