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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진지한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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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진지한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입력
2016.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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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가벼운 뉴스만 소비하는 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바라보는 기존 미디어들의 시각이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2000년 사이 태어난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 신문을 외면하고 영상을 주로 소비하는 이들 세대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신문업계의 고민도 깊다.

지난 8~10일 싱가포르에서는 세계신문협회 주최로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석한 이 컨퍼런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타겟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몇몇 매체가 사례와 전략을 발표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일 뿐 아니라, 공유와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시민으로 여겼다.

홍콩의 영상 매체 '스택'의 크리스티나 로 CEO. 세계신문협회(WAN-IFRA)제공
홍콩의 영상 매체 '스택'의 크리스티나 로 CEO. 세계신문협회(WAN-IFRA)제공

“밀레니얼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싶어한다” 홍콩 신생 미디어 스택(STAKK)

올해 4월 시작된 홍콩의 신생 영상 미디어 업체인 스택(STAKK.COM)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공략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주요 팬 층은 18세~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지금까지 500여개의 영상을 광둥어로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영어로도 제작해 대만, 마닐라, 태국까지 팬 층을 넓히려는 계획이다. 스택의 CEO인 크리스티나 로는 “홍콩이라는 지역 내에서만 성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안주한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미국의 VOX, 한국의 딩고와 같은 미디어들이 경쟁자”라고 말했다.

스택은 자신들의 주요 고객층을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앨리스로 설정했다. 앨리스의 캐릭터가 동심을 간직하면서도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잘 묘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택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하는 다섯가지 단어인 장난스러움(Playful), 편안함(Convenient), 감성(Emotion), 의미(Meaningful), 변화(Change)를 설정하고, 생산하는 영상 역시 이 범주에 속하는지를 따진다.

‘장난스러움’에서는 이것이 시청자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인지, ‘편안함’에서는 시각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감성’에서는 여러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또한 ‘의미’에서는 나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길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변화’에서는 대의명분으로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

스택의 영상 콘텐츠 전략 중 '변화' 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옆 사진은 시각장애인들이 청각과 후각만을 가지고 도시를 관광하는 내용의 스택 영상을 캡쳐한 것. 스택 제공
스택의 영상 콘텐츠 전략 중 '변화' 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옆 사진은 시각장애인들이 청각과 후각만을 가지고 도시를 관광하는 내용의 스택 영상을 캡쳐한 것. 스택 제공

또한 스택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뉴스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채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크리스티나 로 CEO는 “30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밀레니얼 세대 중 필요한 전공 지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스택에서는 관련 기사를 위해 패션 전공자를 채용한 적도 있다. 콘텐츠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이너라도 기존 뉴스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영상 매체 레이지의 에디터 이안 이.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말레이시아의 영상 매체 레이지의 에디터 이안 이.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아동 성매매 방지 법안 제정 이끄는 말레이시아의 레이지(R.AGE)

레이지(R.AGE)는 말레이시아의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영상 매체다. 2005년 레이지는 말레이시아 최대 영문 일간지 ‘더스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언을 해 주는 칼럼으로 시작됐다.

레이지의 에디터 이안 이는 “우리는 청소년이 더 이상 교육 받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미 이들은 현명한 세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며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위한 뉴스 플랫폼’으로 목표를 재설정한 레이지는 브랜드 혁신을 시작했다.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기사 작성과 편집,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젊은 저널리스트들을 채용했다.

새로 탄생한 레이지는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지향한다. 이들의 홈페이지는 “클릭을 유발하는 낚시질, 콘텐츠 재사용, ‘복사-붙여넣기’ 이야기는 없다’고 소개한다.

최근 레이지는 말레이시아의 아동 성범죄 관련 법 제정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공무상 비밀보호법에 의해 오직 국회의원이 요청할 경우에만 아동 성범죄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있어 아동 성범죄가 발생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벌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사회적 문제다.

레이지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메신저인 위챗에 미쉘이라는 미성년자 소녀의 계정을 만들고, 기자가 15세 소녀로 위장해 접근하는 남성들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몇십초짜리 예고편부터 5분, 12분에 달하는 다양한 길이의 포맷으로 만든 ‘내 휴대전화 속의 성범죄자’(PREDATOR IN MY PHONE) 시리즈는 1,60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영상뿐만 아니라 기획기사, 소셜미디어 캠페인, 라이브 방송, 각국의 성범죄 법안 비교를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했다. 이안 이는 “아동 성범죄 법 제정 운동이 화제가 되면서 200명의 국회 의원 중 35명이 법 제정 지원 서명을 하는 등 성과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아동 성범죄 법안 제정 운동을 벌이는 레이지의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쳐
말레이시아의 아동 성범죄 법안 제정 운동을 벌이는 레이지의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쳐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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