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망 소식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쿠바로부터 추방된 반(反)카스트로 쿠바인들이 폭죽을 터트리는 등 ‘독재자의 죽음’을 축하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근처 리틀 아바나에서는 카스트로 정권의 압력을 피해 이주한 쿠바인 공동체가 주요 식당 등 모임장소에 모여 카스트로의 죽음을 축하했다. 플로리다주에는 카스트로 정권의 압력을 피해 쿠바로부터 탈출한 쿠바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카스트로의 동생이자 현 국가평의회 의장인 라울 카스트로의 통치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만, 한편으론 라울 카스트로의 개혁정책이 가속화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올랜도 기테레즈 쿠바민주이사회 사무국장은 “카스트로가 그의 민족에 대고 저지른 모든 범죄로 인해 법정에 서서 처벌받지 못한 것아 한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카스트로는 쿠바에 불관용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을 남겼다”며 “주류 이데올로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잔혹하게 처벌했다”고 말했다.
반면 쿠바와 친밀한 남미 지도자들은 카스트로를 격찬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카스트로는 멕시코의 친구이자 존중과 대화, 통합을 바탕으로 긴밀한 양자 대화를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밝혔다.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카스트로는 나의 친애하는 친구이자 영원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제3세계’ 소속 지도자들도 우호적인 논평을 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서 카스트로가 “20세기를 상징하는 인물들 중 하나”라며 “인도는 위대한 친구를 잃은 것을 슬퍼한다”고 밝혔다.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카스트로를 “주권과 자결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하고 “그는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 백인 정권의 유색인종 차별 정책)와 싸우는 우리의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국제적인 동맹 중 하나였다.
구 공산권 지도자도 합세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피델은 미국의 가혹한 봉쇄조치를 버티고 살아남아 독립된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다”며 “20세기 식민질서를 깨트리기 위해 싸웠고 협력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카스트로가 “변함없는 친구”였다면서 “피델의 시간이 끝난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중국 인민은 진정한 동지를 잃었다. 카스트로 동지는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서구 지도자들 역시 추모를 전하면서도, 카스트로의 죽음이 상징하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카스트로의 죽음을 애도하며 “외부 지배를 거부하는 쿠바인의 자부심을 대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지만 “혁명기의 희망과 그 이후의 실망”을 모두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가속화하길 기대한다며 카스트로 치하의 인권 문제도 짚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한 시대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짤막한 트윗을 남겼다.
한편 쿠바 당국은 9일간의 추모기간을 선포했다. 카스트로의 시신은 26일 화장되고 그 유해가 쿠바 섬을 한 바퀴 돈 후 12월 4일 산티아고데쿠바에 있는 산타이피게니아 묘지에서 장례식을 거행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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