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소식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아파 차라리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26일 오후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있던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참사 유가족 180여명을 포함한 3,000여명(경찰추산 1,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단원고 2학년4반 고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울음을 겨우 참아내며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아이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허우적거릴 때 성형수술 의혹 등 박 대통령 자신의 사생활 때문에 제대로 된 구조를 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분하다”고 소리쳤다.
가족과 시민들은 대열을 만들어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행렬 맨 앞에서는 파란색 고래풍선이 길을 열고 있었다. 고래 등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모형을 태웠다. 고래풍선을 제작한 김영만(55)씨는 “바닷속 아이들이 고래 등을 타고 살아 돌아와 부모님과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아이들도 하늘에서 이 집회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퇴진만큼 중요한 것이 박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에서 온 중학교 2학년 이연진(15)양은 “나와 같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가서 어이없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어른들과 박근혜정권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며 “청소년들이 미숙하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양의 아버지 병섭(51)씨도 “늘 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다.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쳐져야 할 이런 문제들이 집약된 사건이 세월호 참사라 생각해 광화문으로 달려 왔다”고 전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4㎞를 걸어 이날 오후 4시40분쯤 청와대에 함성이 닿을 수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집결했다. ‘청와대 포위행진’을 위해 이미 도착한 다른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도착하자 길을 터주며 이들의 행진을 응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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