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노래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공연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그룹 DJ.DOC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지 못 하게 됐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 국민행동’(국민행동)은 25일 밤 11시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DJ.DOC의 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국민행동은 공연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26일 DJ.DOC가 배포하기로 한 시국 가요 ‘수취인분명’(미스박)의 가사에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있다는 일부 여성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취인분명’(미스박)에 담긴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주의자들은 혼인하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는 ‘미스’(Miss)와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미세스’(Mrs)를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단어로 여기며 ‘미즈’(Ms)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결혼 여부를 나누는 지칭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차별과 비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쎄뇨리땅’은 스페인어로 아가씨를 뜻하는 ‘세뇨리타’를 연상시킨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여성 혐오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공박하는 게 과연 옳으랴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DJ.DOC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으로부터 출연 불가를 전달받았다”며 “주최 측에서 여성 혐오 가사라는 일부 단체의 항의가 잇달았다는데 이 곡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농단을 한 인물들에 일침을 가하는 디스 곡”이라며 “여성 혐오라는 지적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에서 ‘미스 박’은 ‘미스테이크 박’이란 뜻이 담겼고, ‘쎄뇨리땅’은 새누리당을 꼬집은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의미 있고 평화로운 집회인 만큼 누가 될까 봐 불참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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