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5000명, 靑 200 m 앞 행진
동맹휴업 대학들 본격 단체 행동
전농 소속 농민들 서울로 집결
경찰 도심 운행 불허해 잦은 충돌
“이렇게 훤히 보이는 곳에서 외치는데 설마 모른 체 하진 않겠죠.”
25일 오후 10시30분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대학생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학생들이다.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도보로 ‘무사히’ 이동했다. 법원이 이날 오후 사직로, 내자동로터리까지로 행진을 제한한 경찰 처분을 뒤집고 시국회의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권승희(20)씨는 “1,000명 이상이 이곳까지 행진한 건 처음이라는데 우리 목소리가 박 대통령에게 조금이나마 위협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200만명 참여가 예상되는 5차 촛불집회는 전야제부터 뜨거웠다. 농민과 대학생 등 수천명의 시민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분노를 쏟아냈다.
대학들은 동맹휴업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나섰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이날 “100만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대통령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분노 의지를 보다 강력히 관철할 수 있도록 동맹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공회대도 같은 시간 동맹휴업을 선포하고 영등포 일대를 행진했다. 30일 서울대, 다음달 1일에는 가톨릭대가 각각 휴업에 동참하며, 동국대와 서강대도 부분휴업을 결의했다.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의 다른 대학들도 동맹휴업을 학생 표결에 부치거나 논의 중이다. 대학생 시국회의 관계자는 “동맹휴업과 5차 촛불집회를 계기로 박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을 압박하는 대학생 총궐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5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농민대회를 열고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을 계획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은 상경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농민이 나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전봉준 투쟁단’을 결성한 전농은 지난 15일부터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트랙터 등 농기계와 화물차 1,000대를 동원해 전국을 순례한 뒤 이날 서울에 집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가까워 지면서 도심집회를 금지한 경찰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오후 1시쯤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IC) 서울방면 진입 차로에서 농민들이 끌고 온 1톤 트럭 30여대가 경찰버스에 막혔고, 안성종합운동장 인근에서도 상경 농민들의 트랙터 9대와 화물차 50여대가 상경을 저지당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전농의 도심 집회와 도보 행진을 허가했으나 경찰은 트랙터 등은 도로교통법상 진입이 금지돼 있다는 이유로 운행을 불허했다. 개별 상경한 일부 농민들은 오후9시쯤 양재IC 부근 상행선 5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장시간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전농 회원 7명이 교통 흐름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후 연행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던 농민들은 경찰과 또 다시 충돌, 29명이 추가 연행 됐고, 3명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농 관계자는 “법원도 허락한 합법 집회를 경찰이 문제 삼아 되레 농민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농 소속 농민 수백명이 서울로 진입하기는 했으나 집회는 열지 못했다.
경찰도 불법시위 용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차로를 막고 불심검문을 한 탓에 퇴근길 시민 불편은 극에 달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평소에도 막히는 시간대인데 대로까지 틀어막고 모든 차량을 검문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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