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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 57%, 박근혜-오바마 '예고된 차이'

입력
2016.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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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역대 최저치인 4%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 57%를 기록하며 행복한 임기 말을 맞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수치로 반영된 것이 지지율이라고 볼 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두 대통령 간의 신뢰도 격차는 그들이 재임기간 견지해 온 소통방식의 차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박근혜와 오바마 두 대통령은 실제로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미지로 통치하는 시대, 대통령은 영상 속 말 한마디에 메시지를 담고 몸짓 하나로 국정 철학과 가치를 국민에게 설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온 반면 박 대통령은 소통보다는 통보에 가까운 이미지 정치를 해왔다. 이러한 차이는 청와대와 백악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한 대통령 동정 영상과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민생현장 방문 영상을 비교해 보자. 청와대와 백악관이 제작, 공개한 영상을 사안에 따라 대비되도록 편집해 살펴보니 두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 페이스북 영상 캡처
청와대 페이스북 영상 캡처
백악관 페이스북 영상 캡처
백악관 페이스북 영상 캡처

화면 속에서 박 대통령은 눈앞의 국민, 나아가 영상을 접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다. 대통령의 현장 음성은 경쾌한 배경음악에 묻히거나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토막이 나 있다. 행사의 취지를 주입식으로 설명하는 자막만 화면에 쉴새 없이 흐를 뿐이다.

연출된 듯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박 대통령 영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전형은 경주 지진피해 현장 점검 장면에서도 일부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피해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는다. 문제해결과 관심을 이끄는 대국민 메시지조차 들을 수 없다. 단순한 대통령 미화 영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영상은 현장 음성이 또렷하다. 국민과 스스럼 없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보다 자세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막처리까지 하고 있다. 지난 8월 홍수피해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대통령이 일일이 안아주며 위로 하는 영상에선 국민의 관심과 도움을 구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차분한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한편, 본보 멀티미디어부가 올해 8월 5일부터 11일까지 3개월간 청와대 페북 타임라인에 게시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전체 36편의 97%에 해당하는 35편에서 박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같은 기간 미국 백악관이 48%(117편 중 56편), 프랑스 엘리제 궁이 82%(89편 중 73편)인데 비해 월등히 많은 비율이었다.

※관련기사보기☞소통 대신 대통령 미화만 넘치는 청와대 페북

오바마 대통령이 8월 24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방문 당시 영상을 VR을 통해 감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비서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대통령이 8월 24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방문 당시 영상을 VR을 통해 감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비서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9월 올림픽 체조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수들 앞에서 익살스런 모습으로 ‘다리 찢기’를 해 보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9월 올림픽 체조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수들 앞에서 익살스런 모습으로 ‘다리 찢기’를 해 보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청와대 페이스북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모았다. 연설을 하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 악수를 나누는 구도가 판에 박은 듯 일률적이다.
청와대 페이스북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모았다. 연설을 하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 악수를 나누는 구도가 판에 박은 듯 일률적이다.

백악관 청소부나 어린 꼬마들과도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누는 오바마 대통령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우린 부러워했다. 사전에 계획된 연출이라는 걸 짐작하면서도 ‘소통하는 대통령’은 그리웠다.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몸짓과 표정, 스스럼 없는 대화 속에서 은연 중에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민을 설득해온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는 인자한 표정과 바른 자세, 어디서나 환영 받는 대통령의 이미지만을 국민에게 주입하려고 애썼다. 또, 하나 같이 정해진 틀에 짜맞춰져 있으니 눈길을 끌거나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대통령의 지지율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57% 대 4%,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바마와 박 대통령이 받아 든 소통의 성적표다.

※관련기사보기☞오바마 같은 사진, 우린 왜 없을까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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