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문일답]“검찰, 최순실씨를 수사목적 달성 도구로”
알림

[일문일답]“검찰, 최순실씨를 수사목적 달성 도구로”

입력
2016.11.26 04:40
0 0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단독 인터뷰

“공소장 80%가 최씨와 대통령 공모

실질적인 주범은 결국 박 대통령

최씨 재판도 대통령 사전재판인 셈”

연일 소환조사에 “재판준비도 못해” 불만

“기업들, 세무조사 인허가 불이익 우려해 출연?

나름대로 이득 된다고 판단 되니까 돈 낸 것”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7ㆍ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가 다음달 시작되는 최씨 재판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사전 재판이 됐다”면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강하게 비난했다. 24일 밤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검찰이 최씨의 공소장을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공소장인 것처럼 막무가내로 작성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도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최씨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향후 법정에서 검찰과 최씨 측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씨에 대한 법원의 ‘변호인 외 접견금지 명령’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나

“최씨에겐 이미 국민적 심판이 내려졌다.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도) 나쁜 변호사가 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나와 같이 변호하던 분들도 ‘아니구나’ 하고 사임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나. 이게 사회적인 압박이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절차가 적법해야 한다. 그런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체포구금을 당하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불리하지 않은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헌법적인 권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청에는, 서울중앙지검에는 변호인 접견실이 따로 없다. 수사관들 보는 곳에서, 어디 구석에서 변호인과 의뢰인이 이야기해야 한다. 변호인 접견은 시간제한이 없는데도, 눈치가 보인다. 수사 편의상 그러겠지만 ‘빨리 끝내라’ 해서 ‘5분만, 10분만 얘기한다’고 한다. 구걸하듯이. 이 사건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검찰이 수사절차에서 가져야 할 인권의식 수준이 어떻게 되냐 이 말이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최순실 개인 비리’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비리든 뭐든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 전에 수사가 인권을 보호하는 절차로 이뤄져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헌법이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접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내가 ‘만나서 얘기하겠다’고 하면 검사들이 다 회피한다.”

-최씨 접견할 때 검사나 수사관들이 다 듣나.

“아니다. 검사실 안에서, ‘여기서 하세요’ 한다. 그러면 되겠나. 구치소에선 접견 장소가 따로 있다. 최씨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체포 이후부터) 매일 검찰청사로 불러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사하면 안 되지 않나. 기소 이후에도 계속 소환하고. 20일 기소했으면, 공소장이라는 답안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지. (검찰은) 답안지 제출해 놓고, 우리는 준비도 안 돼 있는데 매일 소환은 형사절차에 있어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최씨가 ‘나쁜 사람’이라 해도 마구잡이로 막 해도 되는 것인가. 여론이 아무리 그래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인권 보호에 관해선 (수사기관이) 훨씬 엄격한 기준을 지켜줘야 한다.”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이달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이달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사나 수사관들도 최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나.

“최씨가 ‘나는 더 이상, 똑 같은 질문을 하시니 더 이상 답변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 같은 질문을, 몇 시간씩 하는 것은 진술 강요다. 하지 말아달라 하니 검찰은 ‘우리는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진술 강요다. 최씨는 다 얘기했다. 문제는 검사가 원하는 답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의지가 있는 것은 좋다. 그런데 진술을 강요하는 것은 강요죄에 해당한다. 수사목표 달성을 위해 아무 것이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최씨 조사 때 밤 12시 이후에도 조사하려고 하더라.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심야 조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 검찰도, 피의자도 맑은 정신으로 하자고 했다. 그래도 최씨는 교도관과 구치소로 가는 버스를 새벽 1시쯤 탄다. 구치소 도착해서 이러저러하다 보면 새벽 2시다. 그리고 아침부터 또 (검찰청으로) 불려간다. 그래서 내가 구치소 접견을 못해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서면으로 썼다. 매일 불러내면 구치소 접견이 안 된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검찰 측이 최씨를 범죄자로 낙인 찍고 조사한다고 생각하나.

“인간적인 대우를 안 하는 것이다. 수사목적 달성의 도구에 불과하다. 굉장히 위험한 의식이다. 지금 언론도 (검찰 수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는데, 내가 검찰 공소장을 보고 지적한 게 있다. 소설 같다고. 소설처럼 만들었다는 게 아니다. 과거의 여러 사실들이 있는데, 결국 퍼즐 맞추기다. 퍼즐 하나하나가, 다 이게 가급적이면 물적 증거에 의해서 착착 맞춰져야 한다. 퍼즐과 퍼즐이 연결된 스토리가 나온다. 그런데 진술에만 의존해서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공소장을 쓸 땐 구성 요건에 맞게 해야 하는데, 최씨 공소장은 완전히 스토리를 쓰듯 했다는 말이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쓰는 형식이 스토리 같이 썼다는 뜻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거다. 스토리처럼 쓰면 일반인한테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드라마 쓰듯이, 이걸 ‘소설처럼 썼다’고 한 것이다. 검사들이 지어냈다고 썼다는 말은 아니다. 서사처럼, 그렇게 썼을 땐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공소장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이다. 최씨의 공소장이 아니다. 정면으로 그렇게 돼 있다. 공소장 80%가 대통령과 최씨가 만나고, 대통령이 공모해서 범행을 했다는 식이다. 최씨가 대통령과 똑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 똑 같은 공모자가 됐는데 대통령이 주범 아니겠나. 검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그 깊이라든가 파급력이라든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완전히 대통령을 (범죄자로) 몰아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통령 내용이) 80%나 된다. 법정에서 얘기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이다. 현직 대통령을 공소장에다가 그렇게 많이 쓰려면, 그에 걸맞은 공소장이 돼야 하는데…. 심하게 말하면 검찰이 대통령을 ‘졸’로 본 것이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좀더 심하게 얘기하면 중국의 홍위병이 생각난다. 누구나 이런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검찰이 추구하는 목표? 검찰이 살기 위해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법정에서 여러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기업들이 (이 사건에) 등장한다. (검찰은) 이 기업들을 비윤리적 집단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기업들과 자신이 관련이 없다고 했나.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계속)“어떻게 비윤리 집단인가, 만약 재단 출연금을 안 내면 세무조사를 당할까 봐, 인허가를 제때 안 해줄까 봐, 돈을 낸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외국에선 이런 비윤리 기업에 대해 입찰을 못하게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업이 그렇게 허접스럽지 않다. 나름대로 평가하고 자기들 의도를 다 생각해서 한다. 대통령이 세무조사 하라고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기업들이 다 스스로 커버를 한다. 공소장은 그러나 대한민국 기업들을 형편없게 본다. 대통령 한마디만 되면 세무조사 들어가나. (기업들이) 세무조사, 인허가 겁낼 이유가 뭐가 있나. 기업에 대한 검찰의 인식이 너무 천박하다. 기업이 만날 부정이나 저지르고, 탈세하고, 인허가 잘 안 되면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본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이 얘기를 하려고 한다.”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강요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가 없었다. 그 이유가 뭐냐. ‘강제모금’을 했다고 하려니 기업이 겁을 먹었다고 써야 할 것 아닌가. ‘재벌 총수들 다 불러서 대통령이 하자고 하니 안 할 수도 없고, 앞으로 기업에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서.’ 이런 논리다. 그러나 법정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세무조사 때문에 겁이 나서 돈을 냈냐고 물으면 대답도 그럴까. 천만에. 기업 나름대로 다 따져 봐서 이득이 된다고 판단되니까 그런 것이다. 대통령이 세무조사 봐 줄 일이 뭐가 있겠나.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까지 공범으로 하려면 충분히 고민하고 조사해야 한다. 내가 박 대통령의 변호인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무슨 할 일이 없어서, 자신의 이득을 노리고 그랬겠나. 검찰은 이런 점을 깡그리 부정해 버렸다.”

-대통령은 ‘나는 이런 줄 몰랐고, 최순실이 했다’고 한다.

“물론 (최씨가) 잘못한 게 많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법리를 구성할 수 있느냐, 이건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최씨 도움을 받고, (최씨가) 청와대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가 도덕군자이길 바라면 안 된다. 언론이 최씨는 부인만 한다고 보도하지만 그렇지 않다. 할 얘기를 다 했다. 다만 검사들이 원하는 대답을 안 했을 뿐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곧 귀국하나.

“현재로선 형사법상, 정씨를 처벌할 만한 근거가 없다. 검찰도 아직 소환을 안 하지 않나. 최씨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 같다.”

-귀국 예정은 있나.

“변호사로서 ‘와야 한다, 어려움이 있지만 와서 해결하는 게 낫다’고 권하긴 한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이 (최씨의 혐의를) 많이 공개하기 때문에, 나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법정에서 공개재판이 열리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에 대한 ‘사전 재판’이 돼 버렸다. 나는 대통령의 변호인도 아닌데, 상황이 희한하게 됐다.”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최씨와 대통령이 공모했느냐, 이게 핵심이다. 검찰은 국민들이 의혹 규명하라는 문제에 대해 공소장으로 답안지를 냈다. 그런데 우리는 충실하게 답안지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 기소하고 나서 시간을 줘야 한다. 각자의 답안지를 내놓고 법정에서 점수를 가려야지. 그런데 (검찰이) 시간을 안 준다. 계속 소환하면서…. 법정에서 21세기답게 해야 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