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탄핵 주도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보이고 있는 자세는 적잖이 실망스럽다. 법 절차에 따라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든 세력과 정파의 힘을 결집해야 할 지금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은 불안정한 정치국면을 해소하려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더욱이 민주당 지도부가 내뱉는 자극적 언행이 탄핵 추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터여서 그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근 탄핵안 발의와 관련해 “탄핵 표를 위해 새누리당에 구걸하거나 서두르지도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추 대표는 또 “부역자”라는 표현을 써 가며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이게 민주당의 전반적 기류인지 궁금하다. 정말 그렇다면 성사 가능성도 없는 탄핵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여서 귀가 의심스럽다. 야3당 의원들을 모두 모아도 탄핵안 처리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탄핵소추라는 중대 결정을 주도하면서 거친 말로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의 감정을 자극하고 배척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탄핵안 공동 발의를 위한 협의에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끌어들이는 데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동 발의는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 의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4자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를 포괄하는 국회의 일치된 탄핵 추진은 헌법 수호 의무 위반은 물론 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무거운 국민적 질책이자 압박이다. 나아가 탄핵안 국회 처리보다 더욱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만하다.
민주당의 자세가 빌미가 됐는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내 탄핵소추 발의라는 야3당의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탄핵 소추는 물론 권한대행체제나 권력체계 변화를 포함한 개헌 등 탄핵 이후 로드맵 또한 여야 다수의 합의가 기반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보다 겸손한 자세로 탄핵 정국을 책임 있게 이끌어 가야 한다. 벌써 차기 권력을 맡아놓기라도 한 듯 하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이런 배타적이고 오만한 자세를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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