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상무장관으로 순재산이 3조원(29억달러)을 넘는 억만장자 투자자 윌버 로스(78)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24일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로스는 지난 20일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당선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만나 ‘인사 면접’을 본 상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의 인연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의 카지노 사업 파산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는 이번 대선에서도 금전적 지원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공약 입안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자문역을 맡아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섰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주장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자유무역협정에도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100일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FTA 재협상 또는 철회 등 강경 노선 구축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 금융그룹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로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모투자펀드 ‘WL 로스 &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철강ㆍ석탄ㆍ통신ㆍ섬유업체 등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되팔아 수익을 올려 왔기 때문에 ‘기업 사냥꾼’, ‘기업 구조조정의 대가’, ‘파산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국과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자문 및 중재역을 맡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부실기업의 채권을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대중 정부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인연이 깊어 현재 미국 내 ‘재팬소사이어티’(Japan Society)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만났다.
한편 로스가 등용되면 트럼프 초대 내각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갑부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부터 순자산이 100억 달러인데다가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벳시 디보스는 51억달러(약 6조원),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거론되는 벤 카슨도 2,600만달러(약 307억원) 자산가다. 폴리티코는 밋 롬니(2억5,000만달러)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석유재벌 해롤드 햄(153억달러) 등까지 가세할 경우 내각 구성원의 보유 자산은 35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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