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주민 8만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화재를 ‘방화 테러’라 규정하며 다시 인종간 갈등을 암시하고 있다.
AP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이스라엘 북부 해안에 있는 도시 하이파에서 큰 화재가 발생, 약 8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두 달간의 가뭄과 거친 바람으로 인해 불이 급격히 번져 하이파 북쪽 근교를 불태웠다.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지만 주민 수십 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이파는 예루살렘, 텔아비브에 이어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다.
이스라엘 당국은 국내 소수민족인 아랍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의 ‘방화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현재까지 방화 용의자로 8명이 체포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방화로 인한 화재는 테러로 규정해야 하며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라는 표현은 이스라엘 내 아랍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인다. 로니 알샤이크 경찰청장 역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 아랍인과 팔레스타인인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스라엘 의회 내 공동 아랍인 블록 대표이자 하이파 출신인 아이만 오데는 이스라엘 채널2방송에 출연해 “이 사건은 우리 모두를 해치는 것이다. 아랍인이나 유대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을 저지른 것은 우리 모두의 적”이라고 말했다. 유세프 나사르 팔레스타인 시민방위청장은 인도주의적 메시지로 소방대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하이파 외에도 이스라엘에서는 22일부터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중부 모디인 인근에서는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잇는 443번 고속도로가 일시 폐쇄됐다.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인 타이몬에서는 학생 300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번 화재는 2010년 이래 6년 만에 최악의 규모라고 전했다. 2010년 당시 발생한 산불로 42명이 숨졌고 미국에서 지원한 소방항공기가 진화작업에 참여하고 나서야 불길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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