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ㆍ군사정보협정 탓 미온적
탄핵안 가결 땐 사실상 무산
외교참사 책임 한국에 돌릴 수도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중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면서 정상회의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2012년 5월 개최 이후 3년여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면서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복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업적이라고 평가해왔으나, 박 대통령의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한중일 정상회의도 1년만에 다시 중단될 처지에 빠진 것이다.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은 내달 19일과 20일 두 개의 날짜를 두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일본은 당초 정상회담 시기를 내달 초로 제시했으나 중국이 내달 초 참석은 어렵다며 중순경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그러나 이마저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별다른 설명 없이 일정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때문에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교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 때문에 3국 정상회의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이 내달 초를 목표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정상회의 참석이 어렵게 된다. 정상회의의 한 당사자가 빠지면 3국 회의 역시 개최 의미가 약해진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일 정상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아베 총리, 리커창 총리 등 세 정상이 만나는 회의인데, 총리가 대신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회의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3국 정상회의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한국의 정세 변화를 지켜보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 입장에서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취임 후 첫 번째 일본 방문이 된다. 역사ㆍ 영토 문제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방문은 기본적으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은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중국으로선 한중일 정상회의가 내키지 않은 상황인데,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면 회의 무산의 책임을 한국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회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겠지만 한차례 무산된 회의를 재개할 외교적 동력은 크지 않다”며 “올해 안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면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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