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독립파 의원 자격 박탈
“대들면 퇴출” 공개 경고 성격
‘우산혁명’ 주역 7인 당선됐지만
친중파 장악 입법회서 가결될 듯
티베트ㆍ위구르 反中자극 우려
경제ㆍ안보 측면서 전략적 중요
서부대개발 계획 등 차질생길까
“내정 간섭 말라” 세계에 엄포
대만 통일 위한 ‘일국양제’ 시험대
홍콩 젊은 층 상대 이념 교육 등
단계적 본토 동화 정책 나섰지만
시민 저항에 백지화… 묘책 부심
한족을 중심으로 55개 소수민족이 한 데 어우러져 사는 중국에게 있어 소수민족 독립 문제는 ‘뇌관’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국내외의 우려와 반발을 무릅쓰고 홍콩 입법회에 진출한 독립파 성향 의원들을 폭압적으로 퇴출시키려는 이유다. 소수민족 문제와는 출발점이 다르지만 외신들이 홍콩 내 2030세대 중심의 독립 선호 기류에 근거해 ‘제2의 티베트’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맥락은 마찬가지다.
홍콩독립파 의원들 강제 퇴출
홍콩고등법원은 지난 15일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선서 파행으로 취임이 지연된 독립파 의원 당선인 2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대상자는 영스피레이션(靑年新政) 소속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ㆍ야우와이칭(游蕙禎) 당선인이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입법회 개원식 선서 당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어깨에 두른 채 중국을 경멸하는 뜻의 ‘지나’(支那)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중국의 영문국호 일부를 욕설로 바꿔 읽기도 했다.
이들의 자격 박탈은 최종적으로 입법회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 입법회 재적의원 70명 가운데 친중파가 최소한 40명 이상인데다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퇴출은 사실상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독립파 의원 퇴출 과정에서 중국은 폭압적인 방식으로 ‘절대불가’ 메시지를 분명히 했고 이 과정에서 홍콩은 제한적이나마 인정받던 사법자치까지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했다. 홍콩 입법회 의장이 두 당선인의 재선서를 명령했고 홍콩 당국이 법원에 판단을 구한 상황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기본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자격 박탈을 기정사실화해버렸다. 전인대 결정 직전에 홍콩시민 1만3,000여명이 “사법 독립”을 외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2014년 가을 70여일 간 지속된 ‘우산혁명’의 주역 중 일부는 지난 9월 치러진 제6대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당당히 원내에 진출했다. 홍콩 독립을 적극 주장하는 2030세대 당선인만도 7명이나 된다. 그러나 중국은 전인대의 사법 해석이라는 외피를 둘러쓴 채 ‘중국에 대들면 바로 퇴출된다’는 폭압적인 방식으로 홍콩 독립 추진세력에게 공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티베트ㆍ위구르 등 독립 움직임 우려
중국 외교부는 홍콩 입법회 의원 퇴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으로 어떤 나라도 간섭해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추호도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는 홍콩 내 독립 움직임이 다른 소수민족들의 독립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
특히 티베트와 위구르의 독립운동은 중국 당국에게 있어 ‘화약고’나 다름없다. 1950년 시짱(西藏)자치구로 합병된 티베트의 경우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있고 인도에 망명정부까지 구성돼 있다. 1959년 대규모 유혈사태가 있었고 2008년에도 승려들이 주축이 된 독립 시위로 수십 명이 숨졌다. 중국 입장에선 특히 달라이 라마의 존재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한 국가의 정상급 지도자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대중국 수출이 평균 10% 가량 감소한다는 ‘달라이 라마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막무가내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랍인 외모의 위구르족은 종교와 문화ㆍ언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한족과 이질적이다. 1949년 중국에 강제합병된 뒤 이슬람 무장세력과 연계된 분리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선 2009년에도 공식적으로만 156명이 사망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또 상대적으로 독립 움직임이 약했던 네이멍구(內蒙古)에서도 2011년에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그간 서부대개발을 필두로 한 대규모 경제개발 정책과 국가 지정 특급관광지 조성, 대입 가산점을 비롯한 우대정책 등을 통해 티베트ㆍ위구르족을 달래왔다. 자원ㆍ에너지의 보고인 이들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의식해서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운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선 경제ㆍ외교안보 측면 모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졌다.
급진적 2,3세대들 단계적 동화 골몰
사실 중국에게 있어 홍콩 내 독립세력의 원내 진출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마지노선일 수 있다. 본토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뒤 홍콩으로 이주한 1세대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구조화된 홍콩에서 나고 자란 2,3세대의 의식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전인대가 내년 행정장관 선거의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자 이를 “무늬만 직선제”라며 거리로 뛰쳐나간 수십만명을 이끈 축이 바로 2030세대였다.
중국 정부는 이를 의식해 단계적 본토 동화정책을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크다. 2012년 중국어와 공산당 이념 등을 포함한 국민교육 시행 방침을 내세웠다가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쳐 백지화했던 게 단적인 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홍콩은 소수민족이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 가장 서구화된 곳인데다 대만과의 통일 전략이기도 한 일국양제(一國兩制ㆍ1국가 2체제)의 시험무대이고 티베트나 위구르의 독립투쟁에 미칠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면서 “독립 움직임을 겨냥해선 강경책으로 일관하겠지만 젊은층을 포섭하기 위한 다양한 유화책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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