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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명박의 책임

입력
2016.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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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는 이명박(MB) 후보의 BBK 의혹과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의혹 간의 일대 접전이었다. MB 측은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의 합동수사본부에서 수사한 최태민 자료와 박근령ㆍ박지만씨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우리 언니를 최태민으로부터 구해 달라’는 편지, 관련자 증언 등을 토대로 ‘최태민 파일’을 만들었다. 5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최태민과 딸 최순실의 비리와 재산형성 의혹, 박 후보와의 관계 등이 망라 돼있었다.

▦ 당시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처음 폭로한 김해호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최태민과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23일 “최씨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는 “그때 박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태민 파일을 접한 MB는 “박근혜는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가장 잘 예견할 수 있었던 사람이 MB였던 셈이다. 하지만 MB는 대통령에 오른 후에는 박근혜 주변의 추문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임기 초반부터 광우병 파동 등으로 자기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에게 매달렸다. 막판에는 형인 이상득과 최시중 같은 ‘비선 실세’가 국정농단으로 구속됐으니 누구를 손볼 처지도 아니게 됐다. 정두언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울 만큼 세력이 컸고, MB부터가 재임기간 내내 헤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그런 MB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라고 탄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한 그는 “시위에 나온 사람이나 나오지 않은 사람이나 국민들은 똑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문하기도 했다. 말은 옳지만 자신도 최순실 게이트 묵인ㆍ방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유체이탈 화법 대신에 국민에게 반성부터 했어야 했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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