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폐교 예정 중앙초 후적지
180억에… “일단 매입부터” 논란
리모델링 등에 150억~500억 더 필요
교육청, 생존수영장 계획 철회 반발
경북 포항시가 내년 2월 폐교할 예정인 포항중앙초등학교 후적지를 뚜렷한 개발 계획도 없이 매입을 추진해 논란이다. 땅값만 180억 원에 이르고, 활용 형태에 따라 추가 비용이 적게는 150억 원, 많게는 500억 원이나 들 것으로 보여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중순 1,900만 원을 들여 포항중앙초등학교 후적지 활용방안 용역을 의뢰, 조사 중이다. 포항시 북구 동빈1가 옛 포항시청 맞은편의 포항중앙초등학교는 7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한때 1,000명이 넘던 재학생은 11월 현재 72명으로 줄었고 내년 2월말 폐교할 예정이다.
포항시는 폐교하면 이곳에 임대형 지식산업센터 등을 조성키로 했다가 시의회가 370억 원의 막대한 예산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철회한 뒤 부지매입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땅을 매입하더라도 이렇다 할 활용방안이 없고,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데 있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포항시가 추진했던 임대형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으로, 센터 지정에 대한 확신도 없이 추진했다가 무산되면 그 손실이 엄청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복덕규 포항시의원도 “중앙초 폐교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올 때까지 슬럼화가 우려된다면 임대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공공기관 소유 부지로 땅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 만큼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수립한 후에 매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번 시작하면 필요한 예산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실시한 용역조사 중간보고서에도 부지 매입비와 별도로 150억~5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포항시가 땅부터 사고 보자는 식의 행정으로 포항교육지원청이 추진해 온 초등생 대상 생존수영장 건립계획도 무산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생존수영장은 세월호 참사 후 초등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해야 하는 생존 수영교육에 필수적이다. 지금은 전용 수영장이 없어 시내 4개 수영장에 분산돼 수업을 하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게다가 교육대상도 올해는 초등 3ㆍ4학년 9,000명, 내년엔 5학년까지 1만3,000명, 2018년엔 3~6학년 전체 1만7,000명으로 늘어나게 돼 그 필요성도 높아진다.
교육청은 포항시가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예상감정가 180억 원(공시지가 87억 원)으로 매입을 추진하자 생존수영장 건립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포항시교육청 관계자는 “생존수영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포항시의 매입 의지가 강해 철회한 것”이라며 “생존수영 교육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종두 포항 양덕초 학부모회장은 “올해도 많은 초등학생들이 수영장의 수강생 수업이 없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겨우 교육을 받았다”며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 생존수영장도 증설하는데 포항은 좋은 부지가 있는데도 계획을 철회했다고 해 안타깝다”고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