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힌 최형우(33)가 사상 첫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형우는 24일 KIA와 4년 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 등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올해까지 삼성에서 뛴 최형우는 지난해 박석민(31)이 NC와 계약할 때 기록한 4년 96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 대우로 이적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FA 제도를 처음 도입한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최형우가 100억원의 벽을 깼다.
이날 오후 광주에서 KIA와 만나 FA 계약을 마친 최형우는 본보와 통화에서 “실감이 아직도 잘 안 난다”며 “너무 기분 좋고, 즐겁고, 후련하다. 새 팀에서 뛸 생각에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IA에서 정말 많은 정성을 보여줬다”며 “내가 바빠서 못 만날 때도 있었을 정도로 많이 찾아와줬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준 KIA에 고마워했다.
최형우는 올해 3년 연속 30홈런, 4번째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하며 4번 타자로 존재가치를 높였다. 탄탄한 내구성과 꾸준함을 내세운 덕분에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에도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최형우는 “항상 입버릇처럼 ‘꾸준히’라는 말을 했는데 직접 입증했고, KIA에 가서도 꾸준한 활약으로 보답하겠다”며 “언제나 30홈런 100타점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올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을 받는 등 해외 진출도 고려했지만 이상보다 현실을 택했다. 국내 잔류에 대해 “기회가 왔지만 계약 조건이 안 맞았다. 아쉬움이 크다”면서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됐나’라는 생각으로 나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형우는 ‘100억 시대’를 열기까지 드라마틱한 야구 인생을 거쳤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포수로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5시즌 종료 뒤 방출됐다. 당시 1군 무대에서 뛴 것은 6경기에 불과했다. 이후 경찰야구단에 입단해 군 생활을 한 최형우는 외야수로 이동했고, 2008년 삼성에 재입단했다.
최형우의 야구 시계는 2008년부터 제대로 작동했다. 그 해 126경기에서 타율 0.276 19홈런 71타점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최형우의 개인 통산 성적은 11시즌 타율 0.314 234홈런 911타점 705득점이다. 올해는 타율(0.376), 최다안타(195개), 타점(144개)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FA 시장에서 원 소속 구단 삼성과 조건이 맞지 않아 KIA와 접촉했고, ‘거포 갈증’을 느낀 KIA는 초대형 계약으로 최형우를 잡았다.
최형우가 100억원을 찍으면서 남은 특급 FA들의 몸값에도 관심이 쏠린다. 투수 김광현(28ㆍSK)과 양현종(28ㆍKIA)이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를 두고 고민 중이지만 국내에 남을 때는 돈 방석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FA 시장에서 ‘투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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