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탄핵만이답’ 등장
토론회 등 여론 결집 시도도
취업준비생 김세윤(26)씨는 요즘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손푯말을 다시 쓰고 있다. 4차례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지만 꿈쩍 않는 대통령을 보면서 탄핵을 밀어붙일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시민 6명과 함께 ‘탄핵은 대박’ ‘이제는 탄핵행’ 등의 글귀를 적은 푯말과 스티커를 준비 중이다. 김씨는 24일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따져보고 탄핵 요구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촛불 민심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사실상 국정농락 사건의 주범으로 못박고 야권이 탄핵 추진에 합의하면서 여론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동안 대통령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하야를 촉구했던 시민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탄핵 국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달라진 민심은 당장 전국 200만명 참여가 예상되는 5차 촛불집회에서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직장인 이진아(26)씨는 “아무런 변화 없이 집회만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 퇴진 방식인 탄핵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52)씨도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가 시작된 점을 감안해 촛불집회도 현실성 있는 대안인 탄핵을 중심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여론의 방향 전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승엽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26일 집회에서도 즉각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되 국회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을 빨리 실시할 수 있도록 압박 운동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체는 5차 집회에서 야권 인사와 시민들을 상대로 탄핵 불가피론을 설득하는 선전전을 펴기로 했다.
민간 차원에서 탄핵 절차와 조건 등을 논의하며 여론을 결집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소규모 토크콘서트와 게릴라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독립책방을 운영하는 김종현(34)씨는 “지난달부터 탄핵을 바라는 음악인과 시민들을 모아 ‘탄핵커스(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조어)’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여했다”며 “각각 탄핵가를 만들어 부르는 등 복잡한 탄핵 이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집회 혼참족(혼자 참여하는 사람)’을 묶어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는 진희경(28)씨 역시 “5차 집회에 앞서 게릴라 모임을 마련해 탄핵 전략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탄핵 절차를 주도하는 국회에 대해 시민 감시기능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미 SNS에 ‘#하야보다탄핵’ ‘#탄핵만이답’같은 공간이 마련됐으며, 탄핵안에 찬성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모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압박운동도 진행 중이다. 한 시사이슈 블로거는 “최근 탄핵 조건이 궁금하다는 문의가 많아 2,000자 가량 정리한 글을 두 편으로 나눠 올렸다”며 “하루 만에 3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시민사회의 고민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비폭력 방식의 촛불집회가 길어질수록 대중의 피로감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즉각 퇴진에 비중을 뒀던 시민들이 탄핵을 상정하고 박 대통령과 국회를 동시 압박하는 전략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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