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 야, 꼭두각시”... 래퍼 산이, 국정농단 랩으로 비꼬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 야, 꼭두각시”... 래퍼 산이, 국정농단 랩으로 비꼬다

입력
2016.11.24 15:43
0 0
래퍼 산이가 신곡 ‘나쁜X’(Bad Year)으로 시국 풍자를 해 음악팬들의 공감을 샀다. 브랜드뉴뮤직 제공
래퍼 산이가 신곡 ‘나쁜X’(Bad Year)으로 시국 풍자를 해 음악팬들의 공감을 샀다. 브랜드뉴뮤직 제공

래퍼 산이가 24일 발표한 신곡 ‘나쁜X’(Bad Year)로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해 어수선한 시국을 풍자해 화제다.

산이의 시국 풍자는 중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주며 묘한 즐거움을 준다. 겉으로는 배신한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남자가 분노를 퍼붓는 것 같지만, 가사를 곱씹어 보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메시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곡에서 산이는 “그와 넌 입을 맞추고 돌아와, 더러운 혀로 핑계를 대. 넌 그저 꼭두각시”라고 랩을 한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의 조종을 받아 자신을 농락했다는 설정이다.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는 등 정부의 숨은 ‘입 노릇’을 한데다, 부처 인사에까지 개입하며 국정을 농단한 현실과 딱 들어맞는다.

산이는 곡 중반에 “하...야...”라며 한숨을 내뱉는다.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민심’을 대변한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산이는 “내가 이러려고 믿었나 널”이라며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내용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최씨 관련 비리에 대해 사과하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국민들에 오히려 자괴감을 준 황당한 상황에 대한 풍자다.

산이는 올해를 “참 별일이 많았어”라고 한 뒤 “나쁜 년”이라고 푸념을 털어 놓는다. “단연 제일 잘한 건 그녈 떠난 거”라며 “얼마 안 남았어”라고 노래를 끝내 박 대통령의 하야 문제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가사뿐 만이 아니다. 산이는 ‘발음’으로도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최씨를 저격한다. ‘나쁜X’의 후반에는 “그저 편히 싹 맡긴 채 숨 쉴”이란 대목이 두 번 나온다. 가사 속 ‘채 숨 쉴’을 읽으면 ‘최 순 실’과 비슷하게 들린다. 힙합 특유의 언어 유희로 풍자의 날을 벼린 것이다.

네티즌의 해석은 더 적극적이다. ‘나쁜X’속 ‘충혈된 네 눈 홍등가처럼 빨개’란 가사를 ‘비아그라 논란’을 비꼰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다. 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른 걸 ‘홍등가’로 풍자했다는 해석이다. 곡에 감정 이입을 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노래 속 “좀만 더 가면 걸릴 듯 공황장애”를 국민 심정 대변으로, “내려올래 빨리”란 대목을 박 대통령 하야 촉구로 받아들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런 호응을 바탕으로 ‘나쁜X’은 멜론, 올레뮤직 등 주요 7개 사이트에서 이날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유명 래퍼들이 입을 닫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해 아쉬움을 사왔던 터라 더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네티즌이 산이의 시국 풍자에 공감을 표했지만, 여성 비하적 접근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공격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여자 박근혜’가 되기 때문’(Starlor***)이라며 풍자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이의 소속사 브랜드뮤직은 ‘나쁜X’의 시국 풍자 의도에 대해 “해석은 청취자들에게 맡기겠다”고 말을 아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다음은 ‘나쁜X’(Bad Year) 가사 전문

BAD YEAR

올핸 참 별일이 많았어

특히 안 좋은 일들

원치 않았던

그중에서 베스트

단연 제일 나쁜 건

그녈 만난 거 나쁜 년

BAD YEAR

집 앞이야 네게 전화해

Brrrr

답도 없고 좋게 끝내보려 했는데

맞어 나 조금 화난 듯 내려올래

빨리

좀만 더 가면 걸릴 듯 공황장애

Yeah

사람 볼 땐 그 사람 눈을 보라던데

U know

충혈된 네 눈 홍등가처럼 빨개

So Freaking Red

너의 혀는 매번 내 귀를 희롱했고

나 욕 좀 해도 돼 떨어져라 지옥행

Go To Hell

나도 참 멍청한 놈이지만

너도 참 불쌍한 걸

안 간다 멀리

보내줄게

잘 가요 잘 가요 잘 가요

Adieu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참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Adieu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참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b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Adieu 나쁜 년

하야 내가 이러려고

믿었나 널 넌 네

입으로 뱉은 약속

매번 깨고 바꿔라

좀 레퍼토리

심지어 옆에 알고 보니

있었지 딴 놈

그와 넌 입을 맞추고 돌아와

더러운 혀로 핑계를 대

넌 그저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였을 뿐이라고

So Sick And Tired

신은 왜 대체 이런 년

주셨는지 내게 이런 시련

도와주세요 Holy Moly

병신년아 빨리 끝나 제발

정유년은 빨간 닭의 해다

해시태그 나쁜 년

해시태그 BAD YEAR

그저 편히 싹 맡긴 채 숨 쉴

Bad Year Bad Bad Bad Bad Year

그저 편히 싹 맡긴 채 숨 쉴

Bad Year Bad Bad Bad Bad Year

Bad Year

나도 참 멍청한 놈이지만

너도 참 불쌍한 걸

안 간다 멀리

보내줄게

잘 가요 잘 가요 잘 가요

Adieu 나쁜 년

BAD YEAR BAE YEAR

참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Adieu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참 나쁜 년

BAD YEAR BAD YEAR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Good Bye Baby So Long

Adieu 나쁜 년

BAD YEAR

올핸 참 별일이 많았어

특히 안 좋은 일들

원치 않았던

그 와중에 베스트

단연 제일 잘한 건

그녈 떠난 거

얼마 안 남았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