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맏형인 기획재정부가 부처 창설 이후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초상집 분위기다. 전ㆍ현직 고위 관료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간 이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힘 내자”며 내부를 다독인지 하루만이어서 기재부 공무원들의 황망함은 더 컸다.
24일 오전 10시쯤 검사와 수사관 15명이 세종시 어진동 정부청사 기재부(4동)에 압수수색 영장을 앞세우고 들이닥쳤다. 면세점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차관실, 정책조정국, 세제실 관세제도과 등의 사무실을 차례로 돌며 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검찰 직원들은 1차관실에 서류 보관 잠금장치가 열리지 않자, 차관실로 드릴을 가지고 들어가 잠금장치를 강제로 해제했다. 차관용 컴퓨터의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하기 위해 전산 전문가가 투입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져 탄생한 이후, 기재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기재부 전신까지 돌이켜봐도 2006년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돼 검찰이 영장 없이 요구 자료를 가져간 것 정도였다.
기재부에서 차관보까지 지낸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CJ그룹 외압 의혹에 연루되고 최상목 현 1차관이 최순실 재단 설립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조직이 초유의 압수수색까지 당하게 되자 기재부의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기재부가 특정정권이나 개인을 위해 일해온 것이 아니다.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비하를 하지 말라”던 전날 유 부총리의 당부도 무색해졌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