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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에어컨' 전기요금 32만원→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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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에어컨' 전기요금 32만원→17만원

입력
2016.11.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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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가 여름철 8시간 동안 에어컨을 틀 경우 현재 32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17만원 선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여름과 겨울 ‘요금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크게 3가지로 좁혔다. 주택용 누진제 구간을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전력 사용량 최저와 최고 단계의 요금 차이(누진 배율)를 11.7배에서 3~3.1배로 줄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3가지 개편안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했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1974년 누진제 도입 이래 단계가 가장 줄었고, 76년 1차 개편(2.6배) 이후 최저 누진 배율”이라고 설명했다. 산자위와 28일 예정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최종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산업부는 이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김 정책관은 “확정된 개편안은 12월 1일부터 실제 적용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3가지 개편안 중 제1안은 지난해 조사된 1인 가구의 전력 필수사용량인 197킬로와트(㎾h)와 4인 가구의 평균사용량인 350㎾h를 고려해 1단계를 0~200㎾h, 2단계 201~400㎾h, 3단계 401㎾h 이상으로 설정했다. 각 단계의 요율은 1단계 평균 판매단가의 80% 수준인 104원, 2단계 평균 판매단가인 130원, 3단계는 1단계의 3배인 312원이다. 이렇게 되면 가정의 전기요금은 평균 10.4% 인하되며, 한전은 연 8,391억원의 수입 감소가 생긴다. 1안은 구간이나 요율 측면에서 누진제 원리에 가장 근접해 이론상 가장 합리적이지만, 전력사용량 236㎾h 이하인 1,122만 가구에서 최대 4,330원의 요금 증가가 나타나는 게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한 게 2안이다. 전 구간 모두 요금 상승이 없다. 1단계와 2단계 구간 폭과 요율은 현행 누진제와 동일한 100㎾h 이하ㆍ60.7원, 101~200㎾hㆍ125.9원이다. 201㎾h 이상의 3단계는 현행 3단계 수준 요율인 187.9원을 일괄 적용한다. 요금이 올라가는 구간이 없어 평균 전기요금 인하율은 11.5%로 더 커진다. 하지만 3단계 이상을 한 단계로 통합하면서 800㎾h 넘게 전력을 쓰는 다소비 가구의 할인 혜택이 1안(46.3%)보다 큰 60.1%로 확대돼 형평성 논란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수입 감소액은 1안보다 많은 9,295억원이다.

1안과 2안의 장점만을 취한 절충안인 3안이 가장 유력하다. 구간은 1안과 동일하지만, 요율을 달리 설정해 형평성을 높였다. 1단계 요율은 93.3원으로 현행 1단계보다 높고, 2단계와 3단계는 현행 3단계(201~300㎾h)와 4단계(301~400㎾h) 요율인 187.9원과 280.6원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되면 200㎾h 이하 사용 가구 중 일부에선 요금 증가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h 이하 사용 가구에게는 일괄적으로 4,000원을 할인하도록 했다. 3안의 평균 인하율은 11.6%로 2안과 비슷하지만, 800㎾h 이상 사용 가구의 할인율이 47.2%로 1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전 수입 감소액은 9,939억원으로 2안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도시에 사는 4인 가구의 봄ㆍ가을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342㎾h(현행 4단계)로, 5만3,000원가량의 전기요금(부가가치세, 저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이 부과된다. 이 가구가 여름에 1.84㎾짜리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틀면 441.6㎾h를 더 쓰게 돼 누진 구간이 현행 6단계(501㎾h 이상)로 올라가 요금이 32만1,000원으로 치솟는다. 이 가구에 정부가 이날 내놓은 3안을 적용하면 요금이 17만원가량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내놓은 3가지 안은 모두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할인 측면에선 앞서 야당이 내놓은 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물어민주당의 3단계 2.6배 개편안은 19.6%, 국민의 당의 4단계 11.7배 개편안은 20.2%의 인하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생기는 한전의 수입 감소액은 모두 1조5,000억원을 넘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애초 누진제 개편의 취지가 단순 할인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철에 요금 부담 없이 냉난방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고, 한전의 수입 감소가 너무 크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같은 3가지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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