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당선된 이후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테슬라가 하락한 가운데 GM과 포드는 오르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자동차 산업 정책 전망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24일 주요 자동차 업체의 트럼프 당선 하루 전인 지난 8일과 2주 뒤인 22일 종가를 비교하면 기아차가 10.9% 급락했다.
기아차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하락세로 지난 17일에는 52주 최저가인 3만6천650원까지 내려앉았다. 기아차는 트럼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인한 수출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패소 시 인건비 부담이 우려된다. 다른 주요 완성차 업체도 멕시코에 공장이 있지만, 기아차는 아직 공장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며 추가 확장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3.6% 빠졌다.
반면 미국의 GM과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같은 기간 뉴욕증시에서 각각 6.6%, 3.6%, 7.1% 올랐다. 이들 업체는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급등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GM과 FCA는 연비가 낮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이라서 연비 규제 완화로부터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평균 연비를 지금의 2배 수준인 갤런당 55마일(리터당 23.4km)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백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는 연비 규제기관인 환경보호청(EPA)을 담당할 인수위원에 지구온난화에 비판적인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는 등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더구나 테슬라는 트럼프가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태양광에너지 업체 솔라시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트럼프 당선 직후 급락했지만, 최근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반등하며 6.7%, 6.3% 올랐다. 닛산은 전기차에 많이 투자한 데다 멕시코 생산 규모가 경쟁사보다 커 1.0% 하락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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