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시국대회에서 강공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3일 “새누리당의 선택은 공범으로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는 길을 갈 것인가, 탄핵에 찬성하고 국민에게 속죄할 것인가 두 가지 뿐”이라고 탄핵 동참을 압박했다. 그는 “(탄핵) 의결을 거부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숙명여대에서 가진 학생들과의 시국대화에서 “탄핵 의결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압도적으로 탄핵안이 의결되고 우리 국민들의 하야를 바라는 민심들이 확산하면 헌법재판소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왔던 문 전 대표가 마침내 대통령탄핵을 외치며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중요한 변곡점마다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자리에 연연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아 왔던 그가 정치권의 대통령 탄핵 추진 공식화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탄핵보다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촉구했다. 문 전 대표는 “전에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호가호위로 일어난 사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 자신이 주범”이라며 “강제로 탄핵을 당하면 대통령에게도,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니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연평도 포격 사건 6주년’에 관한 글에서 연평도에서 군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비선 실세와 한 몸이 돼 남용해온 박 대통령이 국군의 통수권자로서 과연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또 “안보의 토대를 밑바닥부터 갉아먹어 온 새누리당 정권, 거기에 마침표를 찍은 사람이 박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벌써 대통령 됐다고 착각하나’라며 비난하고 있고, 당내 개헌파는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 때문에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치고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지만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며 “문 전 대표가 신중 모드로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동안, 탄핵을 주장해 온 이재명 성남시장이 빈틈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임종석 전 의원은 “국민들에게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계속 사퇴를 거부하면서 좌고우면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지난주 자신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의혹과 관련 있다는 글을 남긴 네티즌을 검찰에 고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는 당분간 전국을 돌며 시국대화와 촛불집회 참석을 통해 촛불 민심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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