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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내부 붕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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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내부 붕괴’ 조짐

입력
2016.1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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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범 지목 도의적 책임”

김현웅 법무ㆍ최재경 민정 사의

‘탄핵 방어’ 박 대통령 구상 허물어져

당정청 시스템 모두 크게 동요

야권 내각 총사퇴 압박도 거세

경찰들이 23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경찰들이 23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행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지 한달 만에 박근혜 정권의 내부 붕괴가 시작됐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23일 알려지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면서 정권의 3각 축인 당ㆍ정ㆍ청이 모두 사납게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극심한 국정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친박계는 껍데기만 남은 권력을 부여잡은 채 버티고 있다.

김 장관은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다음날인 21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법무부가 공개했다. 최 수석은 22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피의자로 입건한 것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정권을 ‘버리고’ 떠나려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지금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최 수석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의를 밝힌 진짜 배경이 무엇이든, 김 장관과 최 수석의 행보는 정권이 내부에서 급속도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정부 권력기관의 대표로서 검찰총장 지휘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법무 참모이자 민심 전달 창구인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이후, 국무총리ㆍ장관 등 국무위원들 중에 “책임”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선언한 것도 처음이다. 최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진의 전열을 가다듬어 특검과 탄핵 정국에 대비하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도 허물어졌다. 최 수석은 지난 달 30일 임명된 지 약 20일만에 사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의 동요는 극심해졌고, 야권의 내각 총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숙명여대서 가진 ‘시국대화’에서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박 대통령에게 사임하겠다고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집단사퇴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반(反) 박근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탄핵 동맹’을 주도하겠다는 그의 선언이 당내 탄핵 여론에 불을 지피면서, 박 대통령이 다음 달 탄핵돼 직무정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여당 의원의 상당수는 이미 청와대에 등을 돌렸다. 정두언 정태근 정문헌 김정권 김동성 박준선 이성권 김상민 전 의원 등 8명은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며 탈당했다.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에 이은 2차 탈당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다음 달까지 대표직을 지키겠다고 버텼지만, 여당의 분열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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