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제출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다른 부처 장관들은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고, 정권 붕괴 조짐마저 보이자 많은 장관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는 회의에서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사의 표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만두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일호 부총리를 모시면서 충실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민관통상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의표명은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업무 처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런 비상시국에 국무위원들이 총사퇴를 하면 국정 공백은 어떻게 하냐”며 “이럴 때일수록 안정을 지켜주는 게 공무원들의 몫이 아니겠나 싶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열리는 ‘불어권 정상회의’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사의 표명할 생각이 없다”며 “현장에 나와 정상 업무 수행중”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김종 전 차관이 구속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윤선 장관은 조직 안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는 게 장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회부처 장관들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직접 공개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22일 국무회의때 “국정은 계속돼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사표를 내는 것은 쉽지만 몇 명만 빠져도 국무회의 의결이 안 된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지만, 물러날 때까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도 사의 표명할 계획이 없고, 끝까지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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